신한, 삼성, 롯데카드 현대차 ‘1.89%’안 수용
현대차, 신한카드에는 다시 1.87%로 역제안
카드업계 “다른 대형가맹점 협상도 쉽지 않을 것”
현대자동차와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줄다리기 하던 신한, 삼성, 롯데카드가 현대차의 조정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카드사들이 사실상 ‘백기’를 든 모양새지만, 현대차는 일부 카드사에 수수료율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달 반 가까이 끌었던 현대차와 카드사 간 ‘수수료 대전’은 현대차에 유리한 국면으로 마무리돼가고 있다는 평가다.
12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들 카드 3개사는 전날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현대차에 통보했다. 현대차는 앞서 8일 수수료율을 종전 1.8%대 초중반에서 1.89%로 올리는 조정안을 각 카드사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카드사가 현대차에 요구해온 1.9%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가 카드 3개사의 수용안을 받아들이면 8개 카드사를 상대로 한 현대차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협상은 최종 마무리된다.
하지만 협상 마무리가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가 명확한 합의 성사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신한카드에 대해 당초 제시한 1.89%보다 0.02%포인트 낮은 1.87%로 수수료율을 조정할 것을 재차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에서 신한카드에 ‘8일에 제시한 수수료율은 그때 유효한 것이었고 그 사이에 수수료율 조정안에 변경이 있었다’는 식으로 재조정을 요구했다”며 “카드사들의 협상 공간이 줄어든 걸 알고 수수료율을 더 낮춰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선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업계 상위 기업으로서 현대차와의 협상 결과가 업계 전반에 적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KB국민, 현대, 하나, NH농협, BC카드 등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잇따라 현대차의 조정안을 받아들이면서 신한카드 등 남은 카드사들이 물러설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수료 인상 협상이 현대차 우위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카드업계에서는 앞으로 다른 대형가맹점과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차와의 수수료율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의 계약 해지 전략이 사실상 효과를 본 것”이라며 “통신, 유통 등 다른 업계 대형 가맹점들이 비슷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면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협상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카드업계의 집단적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번 현대차의 수수료율 협상을 갑질로 규정하고 13일 오후 2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카드사를 압박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현대차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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