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츠비’는 가수 승리(29ㆍ본명 이승현)가 상표까지 출원한 그의 애칭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 주인공이 호화 파티를 즐기는 모습에 자신을 투영했다. 승리는 예능 방송에서 지인들과 수백만 원짜리 와인을 마시거나 해외 고급 리조트를 빌려 생일 파티를 여는 모습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승츠비’로 자신을 브랜딩 해나갔다. 화려한 삶을 자랑하던 공간인 그의 인스타그램에 11일 ‘연예계 은퇴 선언’이 올라왔다. 지난달부터 불거진 ‘승리를 둘러싼 논란’의 결정적 장면 8가지를 정리했다.
① 버닝썬 폭행 사건
시작은 ‘버닝썬’이었다. 버닝썬은 승리가 지난해 3월 16일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메르디앙 호텔 지하에 개업했다고 밝힌 클럽이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제가 하는 일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며 클럽 조명과 음향을 직접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리가 직접 운영한다고 한 클럽 버닝썬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계기는 폭행사건이다. 피해자 김모(28)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6시 50분쯤 “클럽 버닝썬에서 성추행 당하던 여성을 구하려다 클럽 직원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고, 이어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김씨는 당시 출동한 경찰의 태도를 지적하며 “(클럽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게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리는 클럽을 직접 운영한다는 입장을 1년도 안 돼 뒤집었다. 그는 ‘버닝썬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마 “폭행 사건 당시 저는 현장에 없었고, 며칠 뒤 알았다”며 “저는 사내이사로서 실질적인 클럽 경영과 운영은 제 역할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② 성접대 의혹
경찰은 지난달 26일 승리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승리가 서울 강남구 유명 클럽에서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에 관한 내용이 거론된 뒤였다. SBS funE 보도에 따르면 승리는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클럽에서 외국인 투자자 일행을 언급하며 “여자들을 부르라”고 지시했다. 이곳은 마약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클럽이기도 하다.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 지난달 24일 이 클럽에서 마약을 유통한 혐의로 A(46)씨를 구속하고, 마약 투약 혐의로 B(46)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③ 해피벌룬 흡입 의혹
베트남 포털사이트 ‘바오모이닷컴’은 지난달 17일 승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현지 클럽에서 ‘해피벌룬’으로 불리는 환각물질을 흡입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해피벌룬은 아산화질소 등이 담긴 화학물질로, 이를 소지하거나 판매, 제공한 행위가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승리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는 당시 “승리에게 확인한 결과, 해당 사진은 교묘히 찍힌 것일 뿐 승리는 해피벌룬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④ “의혹 전면 부인” 경찰 조사에서 한 말
논란이 증폭되자 결국 승리는 지난달 27일 오후 9시쯤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만찬이 진행되는 시간이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승리는 이튿날 오전 5시 30분까지 해외 투자자 성 접대 의혹에 관해 조사를 받았다. 승리는 경찰 조사에서 성 접대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승리는 경찰 조사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저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 특히 마약수사계에서 원하는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⑤ 군 입대 소식에 “도망이냐” 비판
승리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8일 “승리가 의경에 합격하더라도 포기하고 현역 입대할 예정”이라며 그가 25일 입대한다고 밝혔다. 승리는 앞서 서울경찰청 의무경찰 선발시험에 지원했으나 불합격했다.
승리의 입대 소식이 알려진 후 일각에서는 “도피성 입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김태현 변호사는 12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승리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유리할 수 있다. 헌병대, 군 검찰은 수사 진행 과정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⑥ 성매매 알선 혐의 피의자 전환
승리는 피내사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이틀 만에 피의자로 전환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승리를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승리가 외국인 투자자 접대를 준비하면서 “여자는 잘 주는 애들로”라며 성 접대를 암시한 듯한 표현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일부를 확보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승리가 실제 성 접대를 했을 가능성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승리의 마약 투약 의혹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일단 음성 판정이 나왔다.
⑦ ‘성매매 알선’ 카톡방에 있던 승리의 친구들
핵폭탄은 승리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불러왔던 카톡 대화방에 함께 있던 연예인 일부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터졌다. 경찰은 11일 해당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한 연예인 일부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조사했다.
이 카톡 대화방에 있던 연예인 중 한 명인 가수 정준영(30)씨의 불법 동영상 촬영 의혹으로 불길이 번졌다. SBS는 카톡 대화방 참여자 중 한 명은 정씨라며 “정씨와 대화방 친구들은 누구와 성관계를 맺는지 중계하듯 대화했다”고 보도하며 파문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⑧ 연예계 은퇴
승리는 활동 중단에 이어 11일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이 시점에서 연예계를 은퇴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저 하나 살자고 주변 모두에게 피해 주는 일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수사 중인 사안에 성실하게 조사를 받아 쌓인 모든 의혹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지적이 쏟아진 뒤였다.
승리는 자신의 은퇴 선언이 지난 1월 말부터 불거진 각종 논란의 종지부가 되길 바랐겠지만,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버닝썬 파문은 클럽 내 성범죄, 마약류 유통 및 소비, 유흥업소와 경찰 간 유착 의혹, 연예계 불법 촬영 동영상 유포 등 여러 범죄 의혹으로 번져가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도 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참여 인원 20만명 이상으로 청와대 측 답변을 기다리는 청원 6건 중 2건이 버닝썬 파문 관련 내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강남구 유흥업소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이 마약 유통과 성범죄, 업주와 경찰의 유착 등 여러 의혹을 드러내고 있다며 “검찰, 경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의 제조·반입·유통·소비 등 모든 단계의 범죄를 뿌리 뽑고 강력히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승리 소속사 YG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YG 종가 기준 주가는 지난해 11월 23일(3만 9,150원) 이후 처음으로 4만원을 밑돌았다. YG 주식은 12일 전 거래일보다 3.36% 떨어진 3만 5,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