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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美, 하노이서 빅딜 요구는 지나쳐… 북한도 섣부르게 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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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美, 하노이서 빅딜 요구는 지나쳐… 북한도 섣부르게 과신”

입력
2019.03.12 21:00
수정
2019.03.12 21:4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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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클럽 토론회서 “北,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등 협상 레버리지로 본다면 악수”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협상단이 북측에 ‘빅딜’을 제안한 것은 기존 노선과 달랐을 뿐 아니라 과도한 요구였다고 11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주장했다. 문 특보는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사실상 제재 전면 해제를 주장한 것도 섣부른 과신이었다고 진단한 뒤, 최근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 “사소한 악수(惡手)로 대화 상황을 어렵게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간 입장 조율이 참 어렵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이렇게 밝혔다. 북한 영변 핵 시설의 불가역적 폐기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의 부분 완화를 교환하는 방안이 우리 정부가 지지했던 ‘굿딜’이었다면 미국은 비핵화에 대량살상무기(WMD) 전체를 포함하는 빅딜을, 북한은 영변만을 내놓는 스몰딜을 주장한 결과, 합의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북한도 막판 미국(의 의중)을 잘 읽어 영변과 더불어 미확인 고농축 우라늄 시설 등의 신고 및 폐기를 약속했다면 현실적 수준에서 타결 가능하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 특보는 특히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월 말 스탠퍼드대 강연과 지난달 초 방북을 계기로 북측에 ‘점진적ㆍ병행적 접근’이라는 메시지를 줬으나 정상회담 국면에서 갑자기 빅딜, 즉 일괄타결로 선회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 특보는 “북한 입장에서는 점진적 해결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하고 협상에 나왔다 실망을 많이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예측 불가능한 행보였다는 면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의 귀책은 미국 쪽이 더 크다”고 답했다가, 이를 철회하고 “양쪽 다 책임이 있다”고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 노선은 일관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책임 비중을 떠나 북측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과 산음동 미사일연구단지에서 취하는 활동을 즉각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문 특보는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한다면 북측에서 상당히 악수라고 생각한다”며 “사소한 행동이 큰 재앙을 가져오는 나비효과를 북한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가능성에 대해 문 특보는 “현 단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 해도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와 같이 우리 정부가 ‘답방 선물’로 안겨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의 협상 촉진 역할과 관련해 문 특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하려면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에 있어 유연한 정책을 펴도록 미국이 도와줘야 한다”며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이 모여 3자 정상회담 같은 것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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