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감사드리지만 의장님은 역시 민주당 출신” 응수
문 의장 “국회는 민주주의 본령… 최종 판단은 국민에”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개입해 격노했다.
문 의장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대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대면서 여야가 삿대질과 고함을 지르는 소란이 계속되자 의장석에서 벌떡 일어나 “조금만 냉정해 달라” “조용히 해달라”고 큰 목소리로 정숙을 주문했다. 장내소란으로 원내대표 연설이 여러 차례 중단되자 “대한민국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본령이고 이렇게 하는 곳이 아니다”며 “여러분이 보여주는 모습은 공멸(攻滅)의 정치다.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고 꾸짖었다.
이 순간 한국당 의석에서 박수가 나오자 “박수칠 일이 아니다”며 “말한다고 아무 발언이나 막하는거 아니다. 품격있고 격조있게 해야 한다”고 호통치며 면박을 주기도 했다. 이번엔 민주당 의석을 겨냥한 듯 “참아요, 참아요, 또 참아요. 최종적인 판단은 국민이 하시는 것이다”면서 “청와대 스피커란 소리를 듣고 의장도 참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나는 의장이 의회의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영국의회처럼 지팡이 하나 가지고 오더 내리면 다 조용해지는 그런 의회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문 의장은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말이 안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타산지석으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며 “이제 조용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듣자. 그리고 정치적 평가는 여러분들 마음대로 하라. 제가 볼 땐(나 원내대표가) 상당한 논란의 발언을 하셨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인지 나 원내대표는 의장 발언이 끝나자 “감사드린다”면서도 “의장님은 역시 민주당 출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응수했다. 우여곡절 끝에 원내대표 연설이 끝나자 문 의장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라며 잠시 뜸을 들인 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다”고 산회를 선포했다. 전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연설에 “수고하셨다”고 한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에 대해선 형식적 인사를 하지 않았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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