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직원의 금융권 재취업 규제를 지금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금감원에 간부급 직원 비율을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상당수 직원이 재취업 제한에 걸려 퇴직하기도 어려운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어서다. 그간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금융위원회도 관련법 개정에 우호적이어서 추진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장 “재취업 제한 완화 노력 중”
12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 직원의 재취업 제한을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감원 노조는 4급 이상 직원의 퇴직 후 유관 기관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규정에 대해 이달 내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법은 퇴직 전 5년간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으로 취업하는 것을 3년간 금지하고 있다. 금감원 ‘선임조사역’에 해당하는 4급 직원은 통상 입사 5년차부터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30대 초반 젊은 직원부터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 받고 있다”며 “법이 개정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금감원의 재취업 제한 대상은 2급 이상이었는데 저축은행 사태 당시 저축은행으로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 직원이 비리에 연루되자 4급까지 확대됐다. 현재 금감원 인력의 80%가 4급 이상이어서 ‘지나치게 광범위한 취업 제한’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앞서 금감원 직원들은 2012년에도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기각 당했다. 금융권 감독ㆍ검사권을 쥔 금감원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헌법소원은 청구인이 다를 경우 다시 청구할 수 있다. 노조가 헌법소원을 재추진하는 것은 7년 전보다 규제가 강화된 측면도 크다. 2014년에는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윤리법의 재취업 제한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더 늘어났다.
◇금융위도 지원사격 나서
금감원의 재취업 제한 문제가 다시 주목 받는 건 당장 필요한 인력조정에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 초 공공기관 지정을 피하는 대신, 3급 이상 직원을 5년 안에 35%까지 줄이기로 정부와 약속했다. 당장 3급 이상 직원 160명 가량을 내보내야 하지만 재취업 규제 탓에 퇴로가 막힌 셈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지난달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금의 재취업 제한 규정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며 “앞으로 (개선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3년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낸 최 위원장이 사실상 친정 지원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사혁신처와 국무조정실 등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정에 맞춰 금융위의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의 재취업 제한이 완화되려면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소관 부처인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하위직에 대한 과도한 취업 제한을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면서도 “일반 공공기관과 달리 감독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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