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현직 부통령 펜스와 설전,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우려 표명
미군 주둔 비용 추가 요구 들며 “뉴욕 부동산 거래 같아”
공화당 소속 전ㆍ현직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정책을 “부동산 거래”라고 폄하하자, 현직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한미 간 준비태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반박한 것이다. 체니 전 부통령은 특히 미국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강경한 대외정책을 추구하는 대표적 신보수주의자(네오콘)로 평가되는 점에서 이날 설전은 공화당의 전통적 강경주의자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 간 기싸움으로도 읽힌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두 사람의 공방은 지난 9일 친(親) 공화당 성향 정책연구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개최한 연례 포럼에서 이뤄졌다. 선배 부통령인 체니가 후배인 펜스 부통령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이 포럼은 당초 비보도 전제로 이뤄졌으나, WP 등이 포럼 참석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체니 전 부통령은 북핵 협상 정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간 합동훈련을 취소(또는 축소)한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과 일본, 한국 등이 부담하는 미군 주둔 비용에 50%를 더 요구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통신의 최근 보도를 가리키며, “모르겠다. 뉴욕 부동산 거래처럼 들린다”고 비판했다. 동맹의 정치적 의미를 간과하고 미군 주둔비 정책을 흥정하듯 한다고 비꼰 것이다.
체니 전 부통령은 또 트럼프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맹국에 강경노선을 취하는 점, 시리아에서 군대 철수를 결정한 행위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전 세계 우방과 동맹국이 미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나는 (외교적) 접근법에서 트럼프 정부가 로널드 레이건(공화당)보다 버락 오바마 정부(민주당)를 훨씬 닮았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펜스 부통령이 적극 반박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대해 “한국에서 우리의 준비태세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점을 미 국방부가 확인했다”면서 “우리는 (다른) 훈련을 계속하고,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다. 우리는 거기서 ‘굉장한’(tremendous) 동맹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 축소에 따른 한미 연합전력의 공백을 다른 방법으로 메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또 “동맹국에게 공동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동맹국에 헌신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미군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대해선 “미국은 전 세계 미군 배치를 우려하는 대통령을 뽑았다”며 “놀랄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해외 주둔에 회의적이고 필요한 곳에만 배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리아 철군이 트럼프 행정부의 슬로건인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한 올바른 결정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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