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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변협, 사법농단 판사 66명 공개 놓고 날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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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변협, 사법농단 판사 66명 공개 놓고 날선 신경전

입력
2019.03.13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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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현관에 찍혀 있는 검찰 마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찍혀 있는 검찰 마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사실상 징계대상이 된 법관 66명의 명단 공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변협은 최근 법원을 떠난 판사들의 변호사 개업 허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66명의 명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해 사실상 징계를 청구한 검찰은 명단 공개에 따른 파장을 우려해 응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종결도 하지 않은 채 수사기밀이 포함된 법관들의 비위사실을 대법원에 통보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돼 법관 66명의 명단이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변협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에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비위사실을 통보한 법관 66명의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농단 수사 막바지인 지난달 고위 법관들이 잇따라 퇴직한 가운데 이들이 변호사 개업을 신청할 경우 징계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알아야만 허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변협이 내세운 이유다. 변협 관계자는 “변호사 등록을 신청할 전직 판사들에게 사법농단 사건 연관성에 대한 소명서를 받을 예정이지만, 당사자 주장을 100% 신뢰하기 어려워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협은 검찰이 끝내 명단 공개에 반대할 경우, 변호사 개업을 실제로 신청한 전직 판사들에 대한 명단 포함 여부라도 확인해 달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변협의 요청에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지난 5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고위 법관 10명을 추가 기소할 당시 66명의 징계 법관 명단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가 변협의 요구에 뒤늦게 명단을 공개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징계 청구 기관이 명단을 공개한 전례도 없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법원도 아닌 검찰이 이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기밀 유출 논란도 간과할 수 없다. 법관 징계 요청 근거가 모두 수사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이상, 명단이 공개되면 수사 기밀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사 종료를 선언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를 요청한 것은 수사 종료 시 해당 공무원 소속 기관에 수사 내용을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0조 2항을 위반한 행위”라는 법조계 비판도 검찰로서는 부담스럽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수사를 요청한 사안이고, 큰 틀에서의 수사가 완료돼 통보한 것일 뿐 위법한 일은 하지 않았다”면서도 “비위통보 대상자 공개와는 다른 문제”라며 공개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사법농단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변협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해 하반기에는 검찰의 선공으로 충돌했다. 당시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 변협의 징계를 받은 일부 변호사들의 명단을 제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변협은 “변호사 징계 명단을 넘겨 준다면, 검찰도 검사 징계 명단과 수사 대상 판사 명단을 넘겨 줘야 한다”고 답변했고, 검찰은 황급히 요청을 거둬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변협의 2라운드 신경전이 어떻게 결론 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다만 사법농단을 바라보는 법조3륜의 입장이 각기 상이한 만큼, 재판 과정에서 불협화음은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 징계가 시작되면 법복을 벗는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이 늘어날 게 불 보듯 뻔하고 그 때마다 변협과 검찰의 기싸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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