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학생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18년 사교육비 조사결과’를 보면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9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7.0%포인트 늘었다. 6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2007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은 액수다. 사교육비 총 규모는 19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000억원(4.4%) 증가했고,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1.7%포인트 올랐다. 가계소득은 제자리인데 사교육비 지출은 날로 늘고 있는 현실이 많은 학부모들을 절망과 좌절에 빠지게 한다.
심각한 것은 소득 양극화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가 해소되기는커녕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000원인 반면, 200만원 미만 가구는 9만9,000원으로 5.1배 차이가 났다. 교육기회 불평등은 가난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통계에 처음 포함된 진로ㆍ진학 학습상담 연간 총액이 616억원에 달한 것은 드라마 ‘SKY캐슬’이 다룬 상류층 사교육의 실상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이번 통계는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 혼란을 비롯한 문재인 정부의 교육 실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어서 정부로선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교육당국도 인정한 것처럼 결국 대입제도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이 사교육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다. 공교육 혁신을 내세운 정부에서 오히려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교육정책의 실패다.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과의 균형은 공론화를 거치며 방향을 잃었고, 수능ㆍ내신 절대평가제는 형해화됐으며, 고교학점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교육당국은 사교육비 절감을 교육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근본적 대책 마련에 주력해야 한다. 때마침 당정청은 2030 미래교육 체제 수립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를 현실화하려면 무엇보다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대입전형 단순화, 교사 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학력에 따른 임금 격차, 고졸 취업 활성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 해결도 늦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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