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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44배 뒤덮는 '쓰레기 산'… 5년 뒤 꽉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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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144배 뒤덮는 '쓰레기 산'… 5년 뒤 꽉찬다

입력
2019.03.13 04:40
수정
2019.03.13 08:1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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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가보니]

하루 처리량 1만2000톤 설계했지만 작년 폐비닐 대란 이후 분량 늘어

이대로라면 2024년 11월에 꽉 차… 환경부, 다음달 대체지 후보 발표

지난달 27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서 차량들이 폐기물 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고경석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에서 차량들이 폐기물 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고경석 기자

“하루 평균 1만2,000톤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설계됐는데 지난해 하루 평균 1만3,000톤이 반입돼 매립됐습니다. 지난해 봄 폐비닐 대란 이후 과거 재활용으로 분리되던 폐비닐이 생활폐기물로 처리돼 반입되는 양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27일 찾은 인천 서구의 수도권 매립지. 김력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매립관리처 계장은 매립이 완료된 제2매립장에서 매립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제3-1매립장을 내려다 보며 근심스럽게 말했다. 이날 3-1매립장에는 오전 7시부터 수도권 각지에서 폐기물을 싣고 들어온 대형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들어와 폐기물을 내려놓고 나가고 있었다.

◇폐기물 급증하는데 대체 매립지 선정은 난항

3-1매립장은 16개 블록 가운데 6개 블록의 1단(5m) 매립이 완료됐고 이날은 2개 블록의 1단 매립이 진행되고 있었다. 폐기물 매립은 한 블록에 4.5m의 폐기물을 쌓고 그 위로 0.5m의 흙을 덮는 복토 작업을 마쳐야 1단 작업이 끝난다. 한 블록은 총 8단, 40m 높이로 쌓이면 매립이 완료된다. 김 계장은 “1대에 15~17톤 정도의 폐기물을 싣고 오는데 하루에 약 800~900대가 드나든다”고 설명했다. 축구장 144배 크기(103만㎡)인 3-1매립장에는 서울ㆍ인천ㆍ경기 3개 광역단체에서 나오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이 모인다. 총 787만㎡ 규모의 제1ㆍ제2매립지에는 1992년부터 쌓인 총 1억4,500만톤의 폐기물이 매립완료됐다.

[저작권 한국일보]수도권매립지 현황 / 김문중 기자/2019-03-1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수도권매립지 현황 / 김문중 기자/2019-03-12(한국일보)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은 2016년 360만4,000톤, 2017년 368만4,000톤, 2018년 374만1,000톤 등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2016년 52만9,000톤이었던 생활폐기물 반입량은 2017년 56만7,000톤, 2018년 70만6,000톤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권석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반입관리처장은 “수도권의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사회학적 변화로 반입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3-1매립장은 지난해 9월부터 매립을 시작해 전체 반입 가능량 1,819만톤 중 6.75%인 122만여톤(지난달 19일 기준)이 매립됐는데, 폐기물 반입량이 예상을 웃돌면서 애초 계획했던 2025년 8월 이전에 포화상태에 이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인 374만 1,000톤을 기준으로 추산해보면 2023년 7월, 최근 5년간 평균 연간 반입량인 297만톤을 기준으로 추산해도 2024년 11월이면 꽉 차게 된다. 환경부와 서울시ㆍ인천시ㆍ경기도가 대체매립지를 찾지 못한다면 ‘쓰레기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당장 매립지를 선정하더라도 타당성 조사부터 환경영향 평가, 기반시설 조성 등 공사 완료까지 10년 이상 걸리는데 주민 반발이 클 경우 더 지연되거나 좌초될 수도 있다”며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수도권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에서 수도권에서 반입된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 제3매립장에서 수도권에서 반입된 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환경부, 3개 시도 내달 중 대체매립지 후보지 발표…거센 반발 예상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애초 계획대로 2025년 8월까지 3-1매립장을 사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폐기물의 자연침하 등으로 매립 사용공간이 늘어나고 매립장 반입수수료를 인상하면 폐기물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대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매립관리처장은 “매립장 자연침하(폐기물이 부패하며 가라앉는 것)를 반영해 매립계획고를 40m에서 52m로 상향조정하면 매립 가능량이 400만톤 이상 늘어난다”며 “올 7월로 예정된 매립장 반입수수료 인상과 매립총량제 도입 등으로 폐기물 반입량도 감소할 전망이어서 2025년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가 내는 폐기물 반입수수료를 올리면 단기적으로 폐기물 반입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고, 여기에 폐기물의 총량을 각 지자체별로 미리 지정할 수 있게 되면 폐기물이 더욱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저작권 한국일보]수도권 매립지 매립 계획 변경 일지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수도권 매립지 매립 계획 변경 일지_김경진기자

하지만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생활폐기물이 계속 증가 추세에 있는 데다, 최근 필리핀 불법 수출물 폐기 사태 이후 정부가 방치ㆍ불법폐기물에 대한 신속처리 의지를 밝힌 점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2022년까지 100% 처리하겠다고 밝힌 방치ㆍ불법폐기물 가운데 일부를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 전수조사 결과 전국에 120만 3,000톤의 방치ㆍ불법폐기물이 확인됐는데 이 가운데 경기ㆍ인천ㆍ서울에 있는 물량이 전체의 60%에 달하는 71만 6,000만톤이다. 재활용과 소각을 통해 처리하게 될 폐기물을 제외한 물량이 어느 정도인지 추산하긴 어렵지만, 수도권매립지가 떠안게 될 경우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석구 처장은 “방치ㆍ불법폐기물 처리는 아직 논의된 바 없으며 주민협의체의 동의 등 정해진 반입절차에 따라 최종 확정돼야 반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가 매립장 조성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인천시가 최근 3-1매립장 사용 기간인 2025년 8월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2015년 6월 환경부ㆍ서울ㆍ경기ㆍ인천 등 4자협의체는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을 추가 사용하되, 매립장 사용이 끝날 때까지도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매립지 잔여 부지의 최대 15%(106만㎡) 범위에서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3-1매립장과 잔여 부지를 합치면 2035년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난해 인천시는 추가 매립장 조성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서 매립된 폐기물 위로 흙을 덮는 복토잡업을 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인천 서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서 매립된 폐기물 위로 흙을 덮는 복토잡업을 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제공

환경부와 3개 시도는 2017년 공동 발주한 ‘수도권 대체매립지 조성 연구용역’이 내달 2일 마무리된다면서 이르면 다음달 매립지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체매립지 후보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돼 최종 결정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주민반발 등으로 인해 서울시ㆍ인천시ㆍ경기도가 대체매립지를 구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재활용률을 높이고 타는 폐기물과 타지 않는 폐기물을 선별해 매립지에 반입되는 폐기물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장은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3개 시도가 대체매립지를 결정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수도권 매립지 폐기물 연간 반입량 추이_김경진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수도권 매립지 폐기물 연간 반입량 추이_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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