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연예인 “카톡 전용폰 있다”… 휴대폰 확보에 수사력 집중
경찰이 여성들과 맺은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찍어 유포한 혐의로 가수 정준영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정식 입건한 데 이어, 검찰도 3년 전 불법 촬영 혐의로 정준영이 입건됐던 사건 기록 재검토에 나섰다. 각종 ‘몰래 카메라’ 사진, 동영상이 담겼다고 연예계에 알려진 ‘정준영 황금폰’의 실체가 드러날지 관심이다.
대검찰청은 2016년 10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피소된 정준영에게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과정을 재검토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정준영은 2016년 8월 성관계 중 동의 없이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여자친구 A씨로부터 고소당했다. A씨는 곧 고소를 취하했지만, 서울 성동경찰서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정준영에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했다.
정준영은 경찰 수사 때 촬영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휴대폰이 고장나 자체적으로 사설업체에 정보 복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언론에 유출될 것을 우려해 서둘러 검찰에 해당 사건을 송치했다. 정준영은 검찰 수사 단계에선 휴대폰을 제출했는데, 검찰은 이 휴대폰에서 그가 촬영했다는 성관계 동영상을 찾지 못했다. 증거인멸을 위해 정준영이 휴대폰의 동영상을 지웠거나, 동일 기종의 다른 휴대폰을 제출해 속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11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정준영의 휴대폰을 복구한 자료가 한 사설복구업체에 있다”라는 제보를 입수하고 보강 수사를 통해 다시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상황을 녹취한 파일을 제출했는데, 이 파일을 분석한 결과만으로도 정준영이 혐의가 없다는 것이 인정돼 사건을 종결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정준영이 A씨를 촬영한 시점은 2016년 2월이다. 이번에 경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정준영의 몰카 의혹은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간이다. 시기가 겹친다. 경찰은 이 기간 몰래 촬영당한 여성 피해자가 10여명 정도 된다고 보고 있는데, 이 가운데 한 명이 A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정준영이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준영에게는 카카오톡 전용으로 쓰는, 다양한 사람이 저장된 휴대폰이 따로 있고 이를 황금폰이라 부른다’는 언급이 있었다. 이 황금폰이 범행에 주로 쓰였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정준영의 휴대폰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몰카 파문이 확산되자 미국에서 방송 촬영 중이던 정준영은 이날 오후 6시 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급히 귀국했다. 모자를 눌러 쓴 정준영은 취재진 질문에 “죄송하다”라고 짧게 답변한 뒤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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