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대화 어쩌구는 사기” 페이스북 과거 글 논란 증폭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015년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군대를 찾은 것을 두고 “쇼를 하고 있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비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과거 발언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자 문제 소지가 있는 글들을 삭제하다가, 급기야 12일 계정을 닫았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사진을 게시하고는 “정치하는 분들이 좀 진지해졌으면 좋겠다.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 국민이 군대를 걱정하는 이 참담한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제발 야당이 포지션 전략이라는 허깨비에서 벗어나 국방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알고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의 수준이 당신들 생각만큼 그렇게 우습지는 않다”고 쓴 것을 감안하면, 정치권의 국방 분야 접근법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 대해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해온 것과 맞물리면서, 고위 공직자 자질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는 2016년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감염된 좀비”라고 했고, 그 해 민주당을 이끌던 김종인 대표에 대해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대선에 출마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두고 “자기 출세를 하는 자전거 리더”라고 지적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칼럼 등에 남아 있는 정치편향적 발언이 발목을 잡을 소지도 있다. 김 후보자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취지의 언급을 여러 차례 했고, 5ㆍ24 조치는 북한 사과와 별개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서는 남북 경제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북제재 완화가 비핵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해와 한미 공조 균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진보ㆍ보수를 아우르는 정책 집행이 가장 필요한 부처의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도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3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진보와 보수 인사가 모두 참여하는 토론회 사회를 맡아달란 제안을 거절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진보와 보수의 대화 어쩌고저쩌고 하는 대부분의 이벤트는 알고 보면 사기”라고 썼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학자일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과격한 발언, 명확한 입장 표명이 커리어에 해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 후보자는 이날 페이스북 등 SNS 계정을 닫은 뒤 “대북정책이나 남북관계에 관한 정치 비평에서 일부 정제되지 않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 매우 유감으로 생각하며 사과 드린다. 앞으로 언행에 있어 보다 신중을 기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