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현대차에 대한 배당 확대 요구가 과도하다며 잇따라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12일 엘리엇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전달한 배당 확대 요구 등의 주주제안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신연구소는 이날 ‘2019년 정기주주총회 임원 선임 및 배당 특이안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엘리엇의 현금배당 제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현대차, 현대모비스에 각각 5조8,400억원, 3조5,000억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대신연구소는 엘리엇이 거액의 배당을 요구하면서 “두 회사가 현금성 자산이 과도하다”고 한 것에 대해 반박했다. 대신연구소는 “현대차가 향후 5년간 총 4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그룹 차원의 투자 확대가 이어짐에 따라 향후 배당 지급 여력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이 ‘투자’에 쓰이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신연구소는 배당 시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자동차업 불황으로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다. 이번에 대규모 배당을 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신연구소는 현대차가 제시한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현금배당에 찬성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은 현대차의 경우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도 이날 향후 연구개발이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엘리엇의 배당 요구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또 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도 “이번처럼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사외이사 선임 문제에 대해서는 의결권 자문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현대차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교체되는데, 현대차와 엘리엇이 각기 다른 후보들을 추천한 상황이다. 대신연구소는 “사외이사 5명 중 3명을 주주제안으로 변경할 정도로 기존 이사회 활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 반면,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에 대한 찬성 의견을 내고 현대차가 추천한 후보 2명에 대해서는 반대표 행사를 권유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