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북미 양국을 향해 “전략적 오판을 경계해야 한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선 “북한을 압박하려는 급진적 여론에 휩쓸리지 말라”고 한층 날을 세웠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국이 중재자로 나서는 다자간 협상이 아닌 새로운 대결국면으로 치닫는 듯 긴장이 고조되자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2일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한반도 핵 문제를 둘러싼 우려와 초조함에 북미가 새로운 대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면서 “양측이 서로 압박하고 있지만 얼마나 멀리 갈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양측 모두 격렬히 대립하던 2017년으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과가 없이 끝났지만 양측은 상대방의 오판을 끌어내는 행동이나 정세를 후퇴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은 외견상 북미 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뉘앙스가 깔려 있다. 동창리 서해 발사장과 관련, 환구시보는 “북한이 그간 위성을 발사해왔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적은 없다”면서 “국제적으로도 두 기술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평화적 목적의 위성 발사라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셈이다. 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떠한 발사체 운용도 금지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또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근 발언을 거론하며 “북한이 조만간 로켓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은 성급하다”면서 “미국이 상황을 예단해 다음 행동의 근거로 삼는다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군사위성으로 일거수일투족을 치밀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미국을 불안하게 하려는 행동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이 실제 발사버튼을 누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긴장 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대북정책을 주도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다시 충돌로 가면 어느 쪽도 승산 없는 모험”이라고 충고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