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해고를 지금보다 쉽게 하는 대신 실업급여 보장성을 높이고 대기업ㆍ공공부문 노조가 3~5년간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주장한 데 대해 노동계가 강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저성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잃었을 때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허구에 가깝다”며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이 경직돼 있다는 것도 통계를 왜곡한 사용자의 주장에 불과하며, 이미 수 차례 밝혔듯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고용이 불안하고 근속연수가 선진국에 비해 길지 않음은 각종 지표를 통해 입증되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ㆍ공공부문 노조 인금인상 자제 요구에 대해 한국노총은 “대기업노조의 임금인상 자제 결단으로 (격차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라면서 “과거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임금피크제만 도입했지 정작 청년일자리 문제는 오히려 심화시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국노총은 “홍 원내대표는 대기업,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재벌 대기업 사용자들에게 먼저 요구해야 한다”면서 “재벌 대기업의 이익이 중소하청업체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원하청 불공정문제, 대기업 갑질 문제를 해결해야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을 살리고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개선하여 우리사회의 양극화 문제해결과 경제의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내고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덴마크식 ‘유연안전성에 대해 “덴마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차이가 극에 달한 우리나라와 달리, 기업 태반이 소기업으로 이직 또한 쉽다”면서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막강한 사회복지정책을 무기로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했지만, 평균 근속기간은 약 8년으로, 5년이 채 안 되는 우리나라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정부와 여당이 국회가 어떤 (사회적 안전망 확충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정부가 이를 얼마만큼 실행에 옮겼으며, 재벌대기업 문제점을 얼마나 고쳤다는 내용은 없고 하나 같이 노동자와 시민이 무엇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뿐”이라며 “어느 나라나 사회적 대화는 필요하지만 이는 서로의 필요와 동의 아래, 동등한 위치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상승에 급급해 자본과의 타협을 종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홍 원내대표은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덴마크는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허용하는 대신 직장을 잃어도 종전 소득의 80%에 해당하는 실업급여를 최대 2년간 제공하고 전직훈련 등 안정적인 구직활동을 지원해 준다”면서 “우리도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유연성은 쉬운 해고를 포함한 개념이다.
홍 원내대표는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ㆍ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년 내지 5년간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호봉급 비중을 줄이고, 직무급과 직능급을 확대해야 한다. 경기나 실적 변동을 반영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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