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붕 등 복구… 발사 임박 징후로 보기 어려워” 차분
볼턴은 “눈 깜빡이지 않고 북한 보고 있다” 들뜬 분위기
15개월 넘게 참아 온 미사일 시험을 북한이 재개할까.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담판이 합의 없이 끝난 뒤 북한 미사일 시설 움직임이 알려지면서 한미 외교가에 급부상한 질문이다. 임박 신호도 분명치 않거니와 협상 판을 깰 만한 무리수를 북한이 벌써 두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국은 아니다. 도발 징후라도 엿본 양 불안감으로 들뜬 분위기다.
한국 정보 당국은 차분한 편이다. 장거리 로켓ㆍ미사일 발사장과 제조 시설이 있는 북한 동창리 및 산음동의 동향에 대해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11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미사일 발사 준비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 중”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군 내부적으로는 동창리ㆍ산음동 시설의 동향을 발사 임박 징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실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지려면 세부적인 시설 정비는 물론 열차 이동이나 발사대 설치 같은 움직임이 보여야 하는데 지금 동창리에서 파악되는 건 지붕ㆍ외벽 등 껍데기가 복구됐다는 사실뿐”이라고 했다. 군은 산음동 미사일 생산 공장 역시 차량 통행량 등 움직임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전과 별 차이가 없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야단스럽다. 7일(현지시간) 미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와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6일 촬영된 상업 위성사진을 근거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 재건을 통해 정상가동 상태로 복귀한 것 같다고 분석한 데 이어, 이튿날인 8일에는 미 방송 CNN과 공영 라디오인 NPR이 지난달 22일 찍힌 역시 상업 위성사진을 토대로 산음동에서 만들어진 로켓을 이동시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NPR은 산음동에 정차한 열차의 목적지가 동창리 발사장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동창리발(發) 미사일 발사 임박설은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까지 “우리는 북한이 뭘 하는지 정확히, 눈도 깜빡이지 않고 보고 있다. 상업 위성사진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설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
정황상 위성까지 포함해 당장 북한이 미국을 자극할 만한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그랬다가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과 더불어 북미 대화를 떠받치는 신뢰 조치인 ‘쌍중단’의 양대 축 중 하나가 무너지는 건 물론, 대북 제재의 원인 행위가 복구되는 셈이어서 대미 협상 결렬로 당장 난망해진 제재의 해제가 아예 무망해져버릴 공산도 크다는 게 핵심 근거다. 그나마 믿을 구석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좋은 관계’도 결딴날 게 뻔하다.
이렇게 제법 분명한 현상인데도 해석 차가 생기는 건 주관적인 신념과 소망이 객관적 사실관계 인식의 편향을 유도하는 ‘희망적 사고’의 영향일 수 있다. 북한은 늘 약속을 어기고 뒤통수를 치는 믿을 수 없는 집단이라는 게 미 외교가 주류인 회의론자들의 시각이기 때문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동창리와 산음동 동향이 임박한 북한 도발의 징후라는 미 기관과 언론의 주장은 ‘북한을 믿지 말라’는 대(對)트럼프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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