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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캅’ 폼페이오와 바통터치한 ‘배드 캅’ 볼턴, 연일 비핵화 압박

입력
2019.03.11 17:57
수정
2019.03.11 21:5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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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딜은 북한의 술책” 경고… ‘빅딜 수용’이 3차 북미회담 조건 강조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 연합뉴스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FP 연합뉴스

미국이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단계적 접근법에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내며 일괄 타결의 ‘빅딜론’ 입장을 굳히고 있다. 전면에 나선 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하노이 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더욱 견인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협상을 지휘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물러서고 볼턴 보좌관이 등판 타이밍을 잡은 모습이다.

볼턴 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단계적 접근법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실책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단호하다”며 “그 실책 중 하나가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술책에 속은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적인 제재 해제가 북한에 주는 이익은 부분적인 비핵화가 우리에게 주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며 “과거 세 정부에서 ‘행동 대 행동’이 필연적으로 북한에 혜택을 주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의 단계적 접근으로 제재 완화를 해주면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하노이 회담 이후 미 정부 인사들이 일괄 타결식 빅딜론을 거듭 강조해온 연장선이다. 그는 이날도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거론하면서도 “북한이 그들의 입장에 대해 재고한 뒤 다시 돌아와 빅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빅딜 수용을 3차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달았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지난 8일 언론 브리핑에서 "미 행정부에서 누구도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보듯 빅딜론은 미국 정부의 입장으로 굳어진 상태다. 이 당국자 역시 단계적 접근의 과거 협상 방식이 실패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는 다르게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지난 1월말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동시적 병행적’ 방침을 밝혔던 스티븐 비건 대표의 언급과 결이 달라진 것이다. 당시에도 비건 대표가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제재 문제에서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으나 싱가포르 선언문 각 항목을 병행적으로 진행한다는 취지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맞춰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에는 열린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로 핵심 경제 제재 해제를 요구한 북한의 부분 비핵화 협상술에 미국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대북 강경파들이 반대해온 종전선언 등도 일단 물 건너간 셈이다.

트럼프 정부가 빅딜론으로 입장을 정리한 데는 단계론을 거부하는 대북 강경파의 조언과 과거 정부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정상간 담판으로 빅딜을 이루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간 담판을 통한 김 위원장의 결단 가능성을 여전히 기대하면서 경제적 압박을 최대 무기로 삼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제재 때문에 우리가 쥐고 있는 경제적 지렛대가 북한을 압박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판단이며, 나도 옳다고 생각한다”며 “지렛대는 북한이 아니라 우리 쪽에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선 북한 의도에 대한 해석은 피하면서도 “눈 한번 깜박임 없이 보고 있다"며 북한의 동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의 등판 자체가 당분간은 협상 보다는 제재 지렛대를 이용하되 북한이 협상 판을 깨는 행동을 벌일 시 엄중 대응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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