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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백한 사실도 발뺌한 전두환, 광주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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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명백한 사실도 발뺌한 전두환, 광주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입력
2019.03.12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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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당시 게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회고록에서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광주 법정에 섰으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은 “헬기 사격설의 진실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회고록은 고의성을 가지고 기록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미 국방부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사실마저 송두리째 부인하는 모습은 뻔뻔하다 못해 측은하기까지 하다. 어떻게든 5ㆍ18관련 책임을 벗어나보려는 얄팍한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재판에서 쟁점은 헬기 사격 여부와 회고록을 쓸 때 내용이 허위라는 인식이 있었는지에 집중됐다. 헬기 사격은 지난해 2월 국방부 5ㆍ18특별조사위가 “당시 육군이 광주에 40여 대나 되는 헬기를 출동시켰고, 5월 21일과 27일 시민들에게 여러 차례 사격을 가했다”고 발표해 확인된 사실이다. 앞서 광주 전일빌딩 탄흔 감식을 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헬기 사격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런 명백한 사실에도 전 전 대통령 측은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으며 있었다고 해도 조 신부가 주장하는 시점에 헬기 사격이 없었다면 공소 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회고록 기술의 고의성 여부는 책 출판이 과학수사연구원 발표 석달 후라는 점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이나 이 역시 부인했다.

전 전 대통령은 재판장의 인정신문에 “잘 안 들린다”며 헤드셋을 쓴 것 외에는 답변이나 거동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8월 첫 재판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며 출석을 거부한 것이 거짓말이었음이 명확해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재판에서도 여전히 재판 관할 이전을 요청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구실찾기에 매달렸다.

전 전 대통령은 5ㆍ18 이후 39년간 제대로 된 사죄나 반성을 한 적이 없다.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을 비롯한 극우세력이 5ㆍ18망언을 쏟아내는 것도 그의 파렴치한 거짓말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법정에서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조 신부 유족과 광주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기 바란다. 이번 재판이 역사와 국민 앞에 속죄할 마지막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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