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에프엑스ㆍ레드벨벳ㆍ있지의 감성 충만 노래… 이스란 있기에

알림

에프엑스ㆍ레드벨벳ㆍ있지의 감성 충만 노래… 이스란 있기에

입력
2019.03.12 04:40
수정
2019.03.12 09:08
0 0
이스란 작사가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았다. “작사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주인공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이유였다. 사진은 작사 중인 그를 기획사 관계자가 뒤에서 촬영한 모습. 이스란 작사가 제공
이스란 작사가는 얼굴 공개를 원치 않았다. “작사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주인공을 지원하는 역할”이라는 이유였다. 사진은 작사 중인 그를 기획사 관계자가 뒤에서 촬영한 모습. 이스란 작사가 제공

아이돌 에프엑스 정규 4집 타이틀 ‘포 월스(4 Walls)’는 발표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에게 사랑받는 노래다. 딥하우스 장르를 기반으로 한 몽환적인 멜로디도 인상적이지만, ‘감정이란 꽃은 짧은 순간 피어나는 걸’이라고 시작하는 시적 가사를 해석하는 재미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2016년 발매된 샤이니 5집 타이틀 ‘원 오브 원(1 of 1)’과 2017년 나온 레드벨벳 2집 수록곡 ‘킹덤 컴(Kingdom Come)’의 노랫말도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모두 이스란 작사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JYP엔터테인먼트가 지난달 데뷔시킨 아이돌그룹 있지의 노래 ‘원트 잇(Want It?)’도 이 작사가 솜씨. 이 작사가는 올해 들어 유난히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5월 회사에서 독립한 이후부터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일주일에 작성하는 가사가 10곡에 달한다. 하루 4시간 잠잘 때만 빼면 일에 매달린다. 최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를 찾았을 때도 그는 작사 작업으로 밤을 샌 후였다. 이 작사가는 “한 곡당 보통 2, 3일 정도 시한이 주어지는데, 여럿을 동시 작업하다 보니 30분만에 가사를 쓴 적도 있었다”며 “한가하면 불안한 직업이라, 오히려 바쁜 게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스란 작사가는 아이돌 에프엑스 정규 4집 타이틀 '4 Walls'를 작사할 때 엠버(왼쪽)의 랩파트가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4 Walls, New Walls, New World’라는 라임을 순간적으로 떠올렸는데, 그때로 돌아간 데도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요.”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스란 작사가는 아이돌 에프엑스 정규 4집 타이틀 '4 Walls'를 작사할 때 엠버(왼쪽)의 랩파트가 신의 한 수였다고 말했다. “‘4 Walls, New Walls, New World’라는 라임을 순간적으로 떠올렸는데, 그때로 돌아간 데도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것 같아서요.”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스란 작사가는 아이돌 레드벨벳 정규 2집 'Perfect Velvet' 수록곡 ‘Kingdom Come’은 에프엑스 ‘4 Walls’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스란 작사가는 아이돌 레드벨벳 정규 2집 'Perfect Velvet' 수록곡 ‘Kingdom Come’은 에프엑스 ‘4 Walls’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작사가 가사의 강점은 비유다. 그는 사랑하는 상대방을 ‘여백 없이 내 눈을 멀게 한 빛’(‘킹덤 컴’)이라 표현하고,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넌 내게 인사하려 해 우리 추억이 가득 밴 이 공간에 날 홀로 남긴 채’(태민의 ‘혼잣말’)라고 읊조린다. 특히 호평을 받는 곡은 ‘포 월스’와 ‘킹덤 컴’. 두 곡 모두 사랑의 아름다움을 상상 속에서 그린 다음, 이를 글로 표현했다. 그는 “평소 데모곡을 들으면서 곡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상상하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린다”며 “’포 월스’는 에프엑스 멤버 엠버가 네 개의 벽을 지난 뒤 새로운 벽을 마주하고, 이들이 모여 신세계가 이뤄지는 장면을 상상하며 썼다”고 했다. 이어 이 작사가는 “‘킹덤 컴’은 레드벨벳 멤버 슬기가 향기를 향해 뒤돌아 본 순간 흰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그렸다”고 작사 뒷이야기를 전했다.

올해가 데뷔한지 7년째. 그는 작사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다. 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뒤,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작사가가 됐다. 그룹 슈퍼주니어의 유닛인 슈퍼주니어-M의 ‘브레이크 다운(Break Down)’이 그의 첫 작품이다. 이 작사가는 “좋아하는 가수의 가사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전주에 흐르는 악기 소리나 사운드 효과 하나를 집중해서 듣는 취미가 작사할 때 영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사가는 SM엔터테인먼트(SM) A&R(가수 발굴 육성 파트)의 도움을 받아 작사가로서 자질을 키웠다. 그의 대표곡 대부분이 SM에서 나온 이유다. 이 작사가는 “음절이나 발음 등 가사에 들어갈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며 “작사하기 전 음악적 가치관뿐만 아니라 평소 쓰는 말투까지 알아보는 등 수학능력시험 준비하듯 가수에 대해 공부한다”고 비결을 귀띔했다.

히트곡이 여럿 있지만, 작사 욕심은 아직 넘쳐났다. 남녀노소 모두 즐기는 트로트 장르에도 도전하고 싶다. 힙합에 대한 애착이 크다. 이 작사가는 “평소 힙합의 라임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가사를 쓸 때도 랩을 먼저 쓴다”며 “어떠한 장르의 곡을 주더라도 모든 곡을 소화하는 것이 모토”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