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로 유명한 일본 철도업계에서 통근 시간 유료지정좌석 차량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출근길부터 시작된 피로로 업무효율이 떨어지거나 혼잡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어 도쿄(東京) 등 대도시 주변 장거리 통근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도큐(東急)전철은 지난해 12월 지정좌석 서비스인 ‘큐(Q)시트’를 도입했다. 도쿄도 시나가와(品川)구 오이마치(大井町)역~요코하마(横浜)시 나가쓰타(長津田) 구간의 급행열차 중 평일 오후 7시~11시 총 5회 운행하고 있다. 7량으로 구성된 열차의 1량을 지정좌석 차량으로 마련했다. 통상운임 외에 좌석지정을 위한 추가요금 400엔(약 4,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지정좌석 차량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 측에 두 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을 배치했다. 노트북 이용자를 위한 콘센트와 무선 랜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와 관련, 온라인 상에선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어 출퇴근길 시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 “출근 후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퇴근 이후 곧바로 잠들지 않아서 좋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게이오(京王)전철은 지난해 2월부터 신주쿠(新宿)발 하치오지(八王子)행과 하시모토(橋本)행 구간에서 ‘게이오 라이너’를 운행하고 있다. 운행 초기엔 평일 저녁 8~12시 총 10회 운행했으나, 평일 승차율이 80%를 넘는 등 반응이 좋자 최근 주말과 공휴일 저녁 운행 횟수를 3회 늘렸다. 아침 출근시간엔 도쿄 근교에서 도심인 신주쿠로 향하는 지정좌석 열차 운행 횟수도 평일 4회, 주말ㆍ공휴일 3회씩 신설했다. 통상요금에 400엔을 추가하면 이용할 수 있다.
간사이(關西)지역에선 JR서일본이 16일부터 오사카(大阪)ㆍ교토(京都)ㆍ고베(神戸)를 연결하는 쾌속선 일부 구간에 유료 지정좌석제인 ‘에이(A) 시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규슈(九州)지역에서도 서일본철도가 내년부터 후쿠오카(福岡) 중심부에서 출발하는 퇴근용 유료 지정좌석 열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유료 지정좌석 도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철도회사들의 관심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통근의 질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하는 방법으로 경영수지를 맞추려는 의도가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철(私鐵)인 일본 철도회사들이 부동산 개발사업을 겸하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다. 그간 철도회사들은 자사의 노선 주변을 주거지역으로 개발, 승객을 늘려왔지만 최근 들어 통근거리가 짧은 도심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가 비싼 도심보다 근교의 넓은 단독주택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안락한 출퇴근을 보장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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