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기대주’ 이강인(18ㆍ발렌시아)이 생애 최초로 태극마크를 단 가운데 이강인을 향한 연령별 국가대표팀 감독들의 구애가 쇄도했다.
가장 먼저 이강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성인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다. 벤투 감독은 3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강인의 이름을 포함시키며 은근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벤투 감독은 11일 경기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은 기술적 능력이 뛰어나 좋은 선수로 성장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대표팀에서도 기존 선수들과 융화되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이강인은 18살의 어린 나이에도 최근 유럽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연령별 대표팀을 건너 뛰고 성인대표팀 승선이 유력시됐던 한국 축구의 샛별이다. 지난 1월에는 소속팀인 스페인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발렌시아 1군에 정식 등록되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벤투 감독은 “포지션을 하나로 정해놓고 이강인을 선발한 것은 아니다”라며 “윙포워드부터 섀도 스트라이커, 펄스9도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포지션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팀에 도움이 될지 직접 확인하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벤투 감독에 이강인을 빼앗긴 신세가 된 장정용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은 “성인대표팀이 무조건 선수 선발에서 우선”이라고 강조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에 3월 전지훈련에 이강인을 데려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장정용 감독은 이날 취채진과 만난 자리에서 “성인대표팀으로 발탁되는 건 어린 선수에게 동기 부여도 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훌륭한 선수를 데리고 조직적으로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이 욕심”이라고 덧붙였다.
장정용 감독은 이번에 이강인을 선발하지 못한 아쉬움을 5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는 반드시 풀겠다는 계획이다. 장정용 감독은 “엊그제 강인이가 저희 스태프와의 통화에서 본인은 준비가 돼있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소속팀(발렌시아)에서 보내준다고 하면 제가 큰 절 세 번 못하겠는가. 삼고초려라도 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선수로서 그 나이 대(20세 이하)에 단 한 번밖에 경험해볼 수 없는 기회”라며 “최대한 출전할 수 있도록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학범 23세 이하(U-32) 감독은 성인대표팀 선발 우선 원칙과 중요 대회인 U-20 월드컵에 밀려 이강인 차출을 요구하지도 못하고 입만 다셨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엔 성인대표팀이 우선이고, 5월엔 대표팀 평가전과 U-20 월드컵이 있는데 이 때는 월드컵이 먼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예선전을 앞둔 김학범 감독은 이번 U-23 대표팀 소집 때 이강인을 염두에 뒀었냐는 질문에 “(이강인)을 생각 안 한 건 아니”라며 “지금 소집하기엔 여러 문제들이 있어 그거 가지고 시간 싸움하느니 지금 있는 좋은 선수들로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감독들 사이에서 이강인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가운데 벤투 감독은 감독간 소통을 통해 선수의 차출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벤투 감독은 “이번에도 정정용 감독과 내부 논의를 거쳐 성인대표팀에 이강인을 발탁했다”며 “5월에는 월드컵이 있어 대승적 차원에서 U-20 대표팀에 우선권을 주는 등 향후에도 이강인이 다양한 대표팀을 겸임하는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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