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사업계획서가 공개됐다. 하지만 원본 전체가 아닌 일부만 공개되면서 녹지병원 개원 허가 과정에서 불거졌던 의혹들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지난 1월 28일 제주도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도 누리집(www.jeju.go.kr)에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를 공개했다고 11일 밝혔다. 다만 이날 공개된 사업계획서에는 법인정보 등이 포함된 별첨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사업계획서는 녹지국제병원 사업자인 녹지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작성한 것으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동안 도는 녹지병원측이 사업계획서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공개 원칙을 밝혀왔지만, 지난 1월 도행정정보공개심의위는 부분 공개를 결정했다. 이에 녹지병원측은 사업계획서 부분 공개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적으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계획서에는 의료사업 내용과 인력운영계획 및 개설과목 등이 담겼다. 사업시행자, 투자규모, 재원조달방안 및 가능성, 토지이용계획, 도내 고용효과 등 경제성분석 및 보건의료체계 영향 등도 포함됐다. 그러나 그동안 영리병원 반대 단체들이 제기했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녹지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전부 공개해 녹지병원에 대한 국내 법인ㆍ의료기관의 우회진출 의혹 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사업계획서에는 국내 법인ㆍ의료기관의 우회진출 의혹을 확인할 수 있는 녹지병원 운영 주체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와 다른 외국계 의료기관의 업무협약 등을 담은 별첨자료는 제외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도 이날 사업계획서 부분 공개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녹지병원 개설 허가 후 96일 만에 공개하는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뒷북 행정”이라며 “공개도 일부에 그치면서 진실을 확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추가 정보공개를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또 도와 녹지그룹,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사이에 주고받은 공문과 면담 자료 일체를 공개할 것도 주문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보 공개를 통해 향후 전개될 청문절차와 소송에 공익 실현을 관철시켜야 한다”며 “앞으로 녹지국제병원 관련 정보공개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도는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녹지병원이 의료법이 정한 개원 시한(3월4일) 내 문을 열지 못하자 결국 지난 5일부터 개원 허가 취소를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녹지병원측도 지난달 14일 도를 상대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삭제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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