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 13년 만의 우승 주역… 20세 3개월 최연소·만장일치로
WNBA 경험 국내 두 번째 선수 “美서 안될 때 내려놓는 법 배웠죠”
2018~19시즌 한국 여자농구는 박지수(21ㆍKB스타즈)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리은행에 패해 눈물을 훔쳤던 박지수는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세계 최고의 프로 리그인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 진출했다. WNBA 신인드래프트에서 구단의 부름을 받은 건 정선민(전 신한은행 코치) 이후 15년 만이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한 시즌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다. 체력 회복은 물론 시차 적응이 덜 된 상태로 남북 단일팀에서 은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고, 곧바로 이어진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에도 나갔다.
“향후 10년을 책임질 자원”이라는 여자 농구계의 부푼 기대대로 성장한 박지수는 프로 3년차에 ‘우리은행 왕조’마저 무너뜨리고 소속팀 KB스타즈를 13년 만에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놓았다. 한 시즌을 우승으로 마무리한 열매는 달콤했다.
11일 서울 여의도동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은 ‘박지수 천하’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박지수는 여자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만장일치 최우수선수(MVP) 영예는 물론 리바운드, 블록 1위, 우수 수비상, 윤덕주상(국내 선수 공헌도 1위), 시즌 베스트5까지 수상하러 6차례나 단상에 올랐다.
박지수는 이날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결과, 총 101표를 모두 쓸어 담아 개인 첫 MVP를 수상했다. 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만장일치 MVP 수상자는 2007~08, 2009~10시즌 정선민(전 신한은행) 이후 박지수가 두 번째다. 박지수는 또한 20세 3개월의 나이로 MVP를 받아 2001년 20세 11개월로 종전 최연소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변연하(전 KB스타즈)를 넘어섰다.
2016년 10월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고 데뷔 첫해 신인왕을 받았던 박지수는 이번 시즌 35경기를 모두 뛰며 평균 13.1점(10위) 11.1리바운드(3위) 3어시스트(10위) 1.7블록슛(2위)을 기록했다. 선수 개인 기록을 수치로 환산한 공헌도 부문에선 국내 선수 중 1위,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하면 3위에 자리했다.
박지수는 MVP 수상 후 “(변)연하 언니와 같은 나이에 수상했지만 내가 생일이 늦어 최연소 기록이 만들어졌다”며 “늦게 낳아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고 웃었다. 그는 이어 “기록은 깨지기 마련인데, 지금은 이 순간을 누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프로에서 처음 우승을 경험하고 MVP 트로피까지 품에 안은 박지수는 침체된 한국 여자농구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기 위한 책임감을 느꼈다. 박지수는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 엄청 무거웠다”며 “‘왕관을 쓰려는 자,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떠올랐다. 여자농구 인기가 살아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서 대표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 여자농구의 부흥을 이끌고 싶은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WNBA를 경험한 효과에 대해선 “기술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배웠다”며 “미국에서 뛰고 싶을 때 못 뛰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힘들 거나, 잘 안 될 때 내려 놓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감독상을 받은 안덕수 KB스타즈 감독 역시 “(박)지수가 시즌 초반에 힘들어했지만 결국 (경기력이) 다 올라왔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잘 갔다 온 것”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신인상은 아산 우리은행 박지현(19)의 몫이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박지현은 15경기에서 평균 8점 3.7리바운드 1.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OK저축은행의 이소희를 따돌리고 신인왕을 거머쥔 그는 수상 소감을 말하던 도중 “왜 눈물이 나죠”라고 울먹이고 “전날 시상식용 옷을 입었는데, 언니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옷부터 귀걸이까지 다 빌려줬다”고 말해 시상식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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