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25> 탈북 학생
학교 안팎에서 매일 ‘북한 사람’에 대한 편견과 싸우고 있는 탈북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학생에게 통일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과서를 통해서 가르치기보다는, ‘통일전담교육사’나 ‘탈북 학생’들과 같이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들과 교류를 늘리면서 학생들 스스로 북한과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통일교육이라고 이들은 조언한다.
북한에 대한 한국 학생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북한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여전히 ‘전쟁∙군사(29.7%)’, ‘독재∙인물(26.7%)’을 꼽았다. 지난해 잇따라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호전된 결과 ‘한민족∙통일’이 생각난다는 학생(24.9%)도 전년도(8.6%)에 비해 대폭 늘었지만, 동시에 ‘가난∙빈곤(7.2%)’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는 학생도 2017년(6.2%)과 비교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학생들이 북한을 향해 이 같은 막연한 반감을 갖는 것은 실질적인 통일교육이 부재한 탓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신호래 교감은 “한국 학생들이 탈북 학생들을 만나고 나서 ‘북한 형들은 싸움도 다 잘하고 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착하다’는 말을 하곤 한다”며 “미디어가 덧씌운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려면 서로가 더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온 선생님’인 통일전담교육사를 통일교육 강사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통일전담교육사는 북한에서 교원(교사) 경력이 있는 탈북민으로 평소에는 일반 학교에 다니는 탈북 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에는 이들을 일반 학생들을 위한 통일교육 강사로 활용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북한 사람에게 북한의 실상을 직접 듣는 게 지금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통일교육이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예산 제약으로 탈북 학생이 일정 숫자 이상인 학교에 우선적으로 배치하다 보니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런 통일교육을 받을 기회는 드물다. 신효숙 남북하나재단 교육개발부장은 “통일전담교육사는 통일 대비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는 의미도 있다”며 “올해부터 탈북 학생이 5명 이상 재학 중인 일반 학교에도 통일전담교육사를 파견하는 등 대상 학교를 넓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는 탈북 학생이 10명 이상 재학 중인 일반 학교에 통일전담교육사 한 명을 파견해 왔다. 현재 무기계약직으로 선발된 23명의 통일전담교육사는 전국 28개교에 배치돼 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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