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남자대표팀 임효준(23ㆍ고양시청)이 자신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임효준은 10일(한국시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막을 내린 2018~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올랐다. 500m를 제외한 1,000, 1,500m, 3,000m 슈퍼파이널, 5,000m 계주를 쓸어 담아 총점 102점으로 이번 대회 개인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무려 7차례나 수술을 받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금메달(1,500m)과 동메달(500m)을 목에 걸며 ‘에이스’로 등극한 임효준은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확실한 ‘황제 대관식’을 치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지난달 월드컵 5차 대회 때 다친 어깨를 수술해야 하는 상태였지만 일정을 미루고 부상 투혼을 발휘해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임효준은 대회를 마친 뒤 ISU 홈페이지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세계선수권에 처음 출전해 (종합) 4위에 그쳤지만 올해 우승을 해서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계 최강 임효준의 유일한 대항마는 팀 동료인 황대헌(20ㆍ한국체대)이다. 황대헌은 한국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 500m에서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우다징(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1,000m에서도 은메달을 추가했다. 3,000m 슈퍼파이널 결승에서 막판 러시아의 세멘 엘리스트라토프와 몸싸움을 펼치다가 실격 당해 종합 2위(55점)로 대회를 마쳤다.
평창올림픽 500m 은메달리스트 황대헌은 임효준과 내부 경쟁 체제를 구축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춤했던 남자 쇼트트랙을 정상 자리에 올려놓는데 일조했다. 한국 남자 선수의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은 2017년 서이라(화성시청) 이후 2년 만이며, 나란히 1~2위에 자리한 것은 2013년 신다운-김윤재 이후 6년 만이다.
황대헌은 “살짝 아쉬웠지만 실격을 당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웠고, 다음에 더 준비를 잘해서 우승하겠다”며 “그래도 동료(임효준)가 우승해 기쁘다. 우리는 서로에게 배운다”고 말했다. 임효준 역시 “2위를 차지한 황대헌도 잘했다”면서 “얼음 위에서 서로를 이기려고 경쟁하지만 밖에서 우리는 친구”라고 덧붙였다.
임효준은 이번 우승으로 2019 세계선수권 종합 3위 이내 상위 1명은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된다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규정에 따라 2019~20시즌 태극마크를 확보한 반면 황대헌은 대표 선발전을 거쳐야 한다.
전 종목을 석권한 남자 대표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은 금메달 2개(1,500mㆍ3,000m 계주)를 수확했다. 1,500m에서 우승한 최민정(21ㆍ성남시청)은 총점 76점을 기록, 네덜란드의 수잔 슐팅(총점 81점)에게 종합 우승을 내주고 2위를 차지하면서 대회 2연패를 놓쳤다. 심석희(22ㆍ한국체대)는 개인 종목에서 메달이 없었지만 여자 3,000m 계주에서 동료들과 힘을 합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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