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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열일 요정 VS 이미지 소비”...예능인 다작 러시, 이대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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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의 B:TV] “열일 요정 VS 이미지 소비”...예능인 다작 러시, 이대로 괜찮아?

입력
2019.03.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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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한국일보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이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신가요?”

최근 신규 예능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출연진들에게 흔히 건네지는 질문이다.

가히 ‘홍수’라 칭할 정도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연이어 론칭 되고 있는 요즘,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든 포맷이나 소재를 넘어 출연진 라인업까지 중첩되기 시작하며 이 같은 물음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TV를 틀면 나오는’ 예능인들은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몇몇 예능인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이 빈번해 지면서 ‘어느 채널을 틀어도’ 어렵지 않게 얼굴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표적인 예능계 ‘다작 아이콘’으로는 박나래를 들 수 있다. 현재 박나래는 MBC ‘나 혼자 산다’를 주축으로 tvN ‘놀라운 토요일’, ‘코미디빅리그’, 라이프타임 ‘밝히는 연애 코치’, JTBC ‘위대한 운동장-SKY 머슬’, JTBC4 ‘마이 매드 뷰티3’ 등에 출연 중이다. 지난 주 방송에서 하차를 알린 tvN ‘짠내투어’까지 더한다면 그간 무려 7개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고 있었던 셈. 뿐만 아니라 박나래는 오는 24일 첫 방송을 앞둔 tvN ‘미쓰 코리아’에도 출연을 앞두고 있다.

어떤 프로그램에 투입시켜도 ‘일당백’을 완벽하게 해내는 독보적인 예능감으로 러브콜 1순위 예능인에 등극한 박나래이기에 이 같은 다작 행보의 이유는 충분히 납득되는 바다. 시청자들 역시 박나래의 안정적인 진행 실력, 망가짐을 불사하는 예능감, 인간미에서 기인하는 공감력 등을 이유로 박나래의 다작에 염증을 토로하기보다는 ‘믿고 보는 예능인’이라는 호평을 보내고 있다.

tvN 캡처
tvN 캡처

그럼에도 우려되는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현실적으로 직면하는 문제는 한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 기간이 길어질수록 후발주자로 투입된 프로그램과의 촬영 스케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박나래는 2017년부터 출연해 왔던 ‘짠내투어’에서 종종 일정상의 문제로 자리를 비우곤 했다. 박나래 역시 여기에 부담과 미안함을 느낀 듯 지난 9일 하차를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중간에 일정이 쫓겨서 중간에 빠질 때도 있고 너무 죄송했다”고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본인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다작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충분히 사전 조율을 한 뒤 프로그램 합류를 결정짓겠지만, 그럼에도 발생하는 이 같은 상황은 본인에게도, 제작진에게도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 외에도 계속되는 다작 행보가 언젠가 ‘이미지의 한계’라는 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한다. 지난 약 3년 간 무서운 기세로 상한가를 올리며 열일을 이어오고 있는 그녀이기에, 언젠가 다가올 시청자들의 염증은 박나래가 대비해야 할 산이다.

최근 전역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주가를 올리고 있는 광희 역시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해 봐야 할 때다.

JTBC 제공
JTBC 제공

광희는 앞서 JTBC ‘요즘애들’ 출연 당시 “전역 이후 예능 프로그램들을 한 바퀴 돌았는데 다들 한 번 써먹고 말더라”고 자폭해 웃음을 전했던 바 있다. 다분히 예능성 멘트였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실제로 광희는 전역과 동시에 MBC ‘전지적 참견시첨’에 출연하며 예능계에 복귀, 이후 JTBC ‘아는 형님’, ‘냉장고를 부탁해’, SBS ‘조카면 족하다’, ‘가로채널’, KBS2 ‘해피투게더4’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2년간의 복무 끝에 돌아온 광희의 물오른 입담은 그를 단숨에 ‘예능 블루칩’의 자리에 올렸지만, 실제로 출연 프로그램 가운데 그가 고정 자리를 꿰찬 프로그램은 없었다. 단지 ‘전역 직후 광희’의 이미지만 줄줄이 소비했을 뿐이다.

전역 후 4개월이 지난 지금, 광희는 JTBC ‘요즘애들’,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올리브 ‘모두의 주방’에 고정으로 출연 중이다. 전역 이후 다양한 예능에 출연한 덕분인지 발 빠르게 예능계에 안착하는 덴 성공했지만, 정작 현재 광희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가운데 광희는 오는 24일부터 tvN ‘미쓰 코리아’에도 고정 출연을 앞두고 있다. 무려 4번째 고정 프로그램인 ‘미쓰 코리아’에서는 광희가 무언가 새로운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집중되는 바다.

대표적인 예로 박나래와 광희를 언급했지만, 최근 다작 중인 장도연, 양세형, 유병재, 양세찬, 딘딘 등 많은 방송인들에게 이 같은 우려는 똑같이 적용된다. 핫하고 사랑 받는 예능인일수록 그들을 찾는 프로그램은 많아지고, 열일 행보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미지 소진’이라는 벽을 만나게 되기 때문. 비단 이미지 소진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자칫 꼬여버리면 촬영 자체에 문제가 발생해 버리는 일정 역시 문제이며, 매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활약을 선보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한 예능국 PD는 “제작진 역시 비슷한 출연진들의 구성에 대한 시청자들의 염증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때문에 늘 새로운 예능 원석을 찾고자 노력하지만, 적합한 인물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현재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더라도 ‘믿고 갈 수 있는’ 프로 예능인들을 섭외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예능에 적합한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매일 예능에서는 새로운 ‘예능 원석’들이 탄생하고 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믿고 갈 수 있는’ 보증 수표가 필요하고, 예능인들의 입장에서 이미지 소비를 두려워하며 출연을 고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언제까지 이들의 다작 행보에만 의지할 순 없는 법이다. 점진적인 개선을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할 때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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