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치킨게임’을 벌여 온 현대자동차와 일부 카드사들의 수수료 협상이 협상 마감시한을 넘겨서도 진통을 이어가고 있다. 당장 카드업계 1, 2위 회사인 신한ㆍ삼성카드와 롯데카드 고객은 11일부터 차량 구매 시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
10일 여신금융업계와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오전 “KB국민ㆍ현대ㆍ하나ㆍNH농협ㆍ씨티카드와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현대차 측의 새로운 수수료율 제안으로 협상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은 종전 1.8%대에서 0.1~0.15% 포인트 인상한 1.9% 중반대 수수료율을, 현대차는 0.01~0.02%대 인상을 고집하면서 협상이 교착됐다.
그러다 지난 8일 현대차가 1.89% 수준의 조정안을 내놓으면서 다수 카드사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그럼에도 신한ㆍ삼성ㆍ롯데ㆍBC카드와는 10일까지 수수료율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해당 카드 고객은 11일부터 현대차를 살 때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사실상 향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이들 카드사와 현대차 간 가맹점 계약을 해지한 셈이다.
일부 카드사와는 갈등을 봉합했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수수료율 인상 근거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의 자금 조달금리가 하락하고 연체비율이 감소하는 등 영업 여건이 나아졌음에도 수수료를 올리겠다는 방침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카드사가 인상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도 아니어서 “일방적으로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와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감 하에 다행스럽게 원만히 협의를 이뤄낸 것”이라며 “계약 해지에 이르게 된 다른 카드사들과도 고객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15일 이전 출고 차량에 한해서는 수수료율 협상을 끝내지 못한 카드사 고객들도 선결제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앞서 현대차는 수수료를 인상한 카드사 중 5개사(신한ㆍ삼성ㆍKB국민ㆍ하나ㆍ롯데)에 대해 10일까지 협상을 진행하고, 결렬될 경우 가맹점 해지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날 KB국민과 하나카드와 협상이 타결되면서 남은 카드사는 신한ㆍ삼성ㆍ롯데ㆍBC카드로 좁혀졌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고객 불편함이 없도록 성실히 협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카드 측도 “과거처럼 카드사가 일방적으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의 정책에 근거한 수수료 인상인 만큼 정당하게 대화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형 가맹점으로는 처음 가맹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든 현대차와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의 최종 조율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평균 신용카드 결제액은 1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자동차 구매에 따른 매출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으로, 카드업계 입장에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시장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결과가 통신사와 대형마트 등 다른 업계와의 협상 과정에서 참고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드업계는 물러서기 힘든 모양새다.
비록 가맹계약 해지 여부가 걸린 협상 기한이 지나도 대화 테이블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금융당국의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여부 조사가 부담스러울 수 있고, 카드사들도 주요 고객을 잃을 순 없어 조만간 적정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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