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 현대차 주주들에 엘리엇 제안 반대 권고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성을 자체개발이 아닌 외부 자금을 수혈하는 공동개발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4조원 가까운 투자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최근 발표한 미래 투자계획 재원을 적극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해외 주요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국내 유수 기업 등을 대상으로 ‘GBC 건립 공동개발’을 타진하고 나섰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2014년 매입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에 지하 7층에서 지상 105층 타워 1개 등 5개 건물을 건립, 통합 신사옥을 포함한 복합 업무시설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상되는 투자비만 3조7,000억원에 달하는, 그룹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GBC 공동개발은 최근 그룹의 경영실적 악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애초 토지 매입 당시 대금(10조5,500억원)을 현대차(55%), 현대모비스(25%), 기아차(20%)가 나눠 부담한 것처럼 건설과 운용 역시 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는데, 최근 자동차업계 시황 부진 등에 따라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강남 신사옥(GBC) 개발에 수조원의 자금을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같은 대규모 지출은 주주가치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공격해 온 것도 부담 중 하나였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동개발로 GBC 가치를 높일 수 있고 그룹 차원에서도 투자비를 다른 미래 투자 재원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대차는 최근 2023년까지 상품 경쟁력 강화에 30조6,000억원, 미래기술 투자에 14조7,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공동개발 방식으로는 현대차그룹과 외부 투자자들이 함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하는 안이 거론된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강 유역 11만㎡ 부지 개발을 위해 250억달러를 투입하는 ‘허드슨 야드 개발 사업’처럼 해외 유명 부동산개발 전문 투자업체와 금융사를 참여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GBC 사업은 지난 1월 정부 심의를 최종 통과했으며, 서울시 인허가 절차를 거치면 이르면 연내 착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달 말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해외 유명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현대차 측 손을 들어줘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래스루이스는 최근 의결권 자문 보고서를 내고 엘리엇의 주주제안과 현대차 사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주총 의안들에 대해 모두 회사 측 제안에 찬성표를 행사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보고서는 배당 의안에 대해 사측이 제시한 1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1주당 2만1,967원에는 반대할 것을 주주들에게 제안했다. 또 회사측이 사외이사로 제시한 윤치원, 유진 오, 이상승 3명 후보에 찬성 의견을 낸 반면, 엘리엇이 제안한 존 리우, 로버트 랜달 맥긴, 마거릿 빌슨 후보를 모두 반대했다.
ISS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히는 글래스루이스가 사측 의견에 찬성하면서 현대차로서는 해외기관 투자자 등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상당한 힘을 받게 됐다는 게 업계 다수의 평가다. 현대차 주총은 22일 열릴 예정이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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