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민주당=사회주의’ 프레임 적중?
“또 트럼프에 패할라” 당내 온건파들 우려도 커져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버몬트ㆍ무소속) 상원의원이 9일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시(市)의 아이오와주 페어그라운드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디모인=로이터 연합뉴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미국 민주당에 ‘좌향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78, 무소속ㆍ버몬트) 상원의원 스타일의 정치가 확산 중이라는 얘기다. NYT는 이 같은 급진화로 민주당 중도파를 중심으로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대통령에게 또다시 승리를 안겨주는 빌미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올해 초 대선 레이스 시작 이후 민주당의 주요 대선주자들은 기존의 미국 정치문화였던 ‘합의 중심(consensus-driven) 정치’보다는 좌파적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건강보험과 세금, 환경, 중동 정책 등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경제와 외교는 물론, 미국인의 삶 자체를 재구조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샌더스 식(式) 정치’가 2020년 미국 대선 정국을 규정짓고 있다”는 진단이다. 샌더스 의원은 무소속이지만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마지막까지 경합하는 등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샌더스 따라 하기’의 대표 사례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다. 워런 의원은 “유권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정상 상태’로의 복귀보다 더 많은 걸 바란다”고 강조한다. 8일 집회에서도 그는 “아마존과 구글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좌파적 색채를 뚜렷이 드러냈다. 샌더스 의원 또한 “4년 전 ‘너무 급진적’이라고 지적된 우리 생각이 이제는 민주당 내에서 전면적 지지를 받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NYT는 “진보적 민주당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위험을 감수한다. 야심 찬 의제 설정이야말로 좌파 대통령을 선출하는 유권자의 ‘반란’을 고취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미국 보수층의 대결집을 걱정하는 민주당 내 온건파의 반발이다. 매기 하산(뉴햄프셔) 상원의원은 “작년 중간선거에서 확인된 건 중도파 후보들의 승리로 우리가 하원을 탈환했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실용주의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거물급 중도파 대선주자가 없는 상태다. NYT는 “민주당 온건파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출마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의 입후보는 ‘미국인들이 트럼프 이전의 균형 상태(더 적은 혼돈, 더 많은 합의)를 원하는지, 아니면 지금의 뿌리 깊은 차별 개선을 요구하는지 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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