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서머타임제’로 불리는 ‘일광절약시간제(Daylight Saving time•DST)’가 미국에서 10일부터 시작되면서 시간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시간 변경이 생체 리듬을 방해해 건강을 해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DST를 아예 연중 시행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주는 10일 새벽 2시를 새벽 3시로 바꿔 한 시간을 앞당겼다. 한국과의 시차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14시간에서 13시간으로, 서부(퍼시픽 타임)는 17시간에서 16시간으로 각각 줄게 됐다. 3월 둘째 주 일요일부터 시작되는 DST는 11월 첫 일요일인 3일 해제된다.
DST는 1차 대전 당시 미국에 처음 도입 된 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다가 1966년 ‘동일시간법(Uniform Time Act)’으로 법제화됐으나 이 효과를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계속됐다. 최근에는 시간 변경이 인체 수면 리듬을 해쳐서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한 시간 늘어나는 DST 해제 시기와 우울증 증가가 상관 관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6년에 나왔고, 수면 시간이 한 시간 줄어드는 봄철에는 심장마비가 다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2018년에 나왔다.
![[저작권 한국일보]미 일광절약시간 도입 현황. 김문중 기자](http://newsimg.hankookilbo.com/2019/03/10/201903101336053650_6.jpg)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시간 변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미국 일부 주는 이를 근거로 아예 DST를 연중 시행하는 표준시간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의회는 지난해 DST 연중 시행 법안을 통과시켰고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안건을 지난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 표 차로 통과시켰다. 다만 이는 연방법인 동일시간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동일시간법은 각 주에 DST를 적용하지 않을 권한은 부여하나 DST 시간을 주가 자체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하와이, 애리조나 등은 아예 DST를 적용하지 않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DST를 같은 시기에 일괄 적용한다. 관광산업 증진을 위해 연중 DST를 원하는 플로리다주를 대변해 마르코 루비오(공화ㆍ플로리다) 상원 의원과 번 부캐넌(공화ㆍ플로리다) 하원 의원은 최근 연방법 개정안을 상하원에 각각 제출했다. 뉴햄프셔 등 북동부 일부 주는 DST에서 빠지는 대신 표준시간 자체를 동부 시간에서 1시간이 빠른 대서양 시간대로 바꾸는 편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법안 수정 없이 교통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가능하다.
DST 연중 시행을 강력 지지하는 측은 관광, 골프, 요식업계 등이다. 해 떨어지는 시간이 늦어져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DST 연중 시행으로 범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침은 더 어두워지지만 범죄자들이 아침이 아니라 밤에 활동한다는 이유다. 반면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은 교육계다. 겨울철에 DST를 시행하면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새벽에 학생들이 등교해야 돼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에서다. 인위적인 시간 조작으로 무언가를 더 얻을 수 있다는 사고 자체가 미신적이라며 DST 자체에 비판적인 의견도 상존하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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