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노 딜’ 우려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미중 무역협상 최종 담판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데 주저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런 합의 없이 회담장을 떠난 것처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까봐 우려한다는 것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줄곧 미중 무역협상에서도 ‘좋은 합의(굿 딜)를 하든지, 합의하지 못하든지(노 딜)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압박 메시지를 던져온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실제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WSJ는 무역협상 최종 타결을 위한 미중정상회담이 베트남 북미회담과 마찬가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시 주석의 체면이 구겨지고 자국 내에서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우려해 중국이 정상회담 일정 합의를 망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미중 협상이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 베트남 북미정상회담에서 회담을 결렬시키고 협상장을 걸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미중정상회담에서도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양자택일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중국 측에 촉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중정상회담이 결렬 가능성이 열려있는 ‘최종 협상(담판)’이 아니라 실무진에서 협상을 전부 마무리하고 이미 합의된 내용에 최종 서명하는 자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미중정상회담을 위해 시 주석을 미국으로 오게 할 경우 시 주석은 합의 결과를 들고 귀국해야 한다는 압박에 놓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막판 협상에서 레버리지(지렛대)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 시 주석이 방미하는 형식의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강하게 요구해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협상이 타결되든 타결되지 않든 어떤 쪽으로도 미국은 아주 잘 해나갈 것”이라면서 “우리가 미국에 아주 좋은 합의를 만들지 못한다면 나는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만족할 만한 합의가 아닐 경우 중국과의 무역협상도 결렬시킬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당초 미중 양측은 3월 27일을 전후로 정상회담 개최를 구상해왔으나 최근 들어서 연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미국 대사는 전날 보도된 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직 중국과의 정상회담 날짜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랜스태드 대사는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면서 양국 간 무역 합의가 임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양쪽 모두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며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같은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있을 수 있다”며 4월 초로 연기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