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회담 결렬에도 ‘단계적 접근’ 채택 안 해
“볼턴이 폼페이오ㆍ비건에 승리 거둔 것”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 대북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아무런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전략기조가 점진적ㆍ단계적으로 바뀔 것이란 관측과 달리, ‘빅딜’에 다시 한 번 배팅을 걸었다는 얘기다.
통신은 이 같은 진단의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그리고 김 위원장과 나의 관계는 매우 좋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발언을 들었다. 정상회담이 무위로 돌아간 상황에도, 두 정상의 개인적 친분에 기초한 ‘톱다운’ 방식의 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 역시 최근 “행정부의 그 누구도 단계별 접근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대량살상 무기의 완전한 폐기’를 의미하는 ‘빅딜’을 원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대북 전략에 대한 이 같은 분석은 다른 전문가들도 공유하고 있다. 프랭크 엄 전 미 국방부 고문은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최근 회의에서 “현재로선 행정부의 접근법은 ‘모 아니면 도’인 것 같다”며 “그것은 김 위원장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만한 후퇴”라고 말했다.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지 않겠다”고 반복해 말하는 등 단계적 접근에 약간의 용의를 보였지만, 2차 회담 결렬 이후 다시 강경한 입장으로 회귀했다는 분석이다.
AFP통신은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상대적으로 대화를 중시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가 종료되는 2021년까지 단기간에 북한 비핵화를 이루려고 하는 점도 이 같은 전략을 채택하는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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