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 후보자]
북핵 협상ㆍ남북 경협 경험해… 실무진 장악이 관건
북미 정상간 하노이 담판이 결렬되며 한반도 정세가 중대 고비를 맞은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이 지명됐다. 그가 지명된 것은 남북 간 경제협력 추진을 강화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 개성공단ㆍ금강산 관광 재개를 준비해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던 정부 방침을 이행하는데 김 후보자가 적임이라는 평가다. 다만, 경협 추진 과정중 실무적인 부분에서 학자 출신이란 태생적 한계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김 후보자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려운 시기 중책을 맡아서 어깨가 무겁다”고 운을 뗀 뒤 “하노이(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 협상 재개 하고 나아가서는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신한반도 체재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김 후보자가 통일부 수장이 되면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통해 남북 경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후보자가 평소 남북관계에서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펴낸 ‘70년의 대화’라는 책에서 김 후보자는 “제재와 억지의 악순환이 아니라, 평화와 경제가 선순환하는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며 “북방경제론으로 한국 경제의 2막을 열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자는 현장형 이론가로 불린다. 과거 경협에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관계를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소식통은 “김 후보자가 북한 연구나 이론 면에서 훌륭한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통일연구원장 재직 중 남북관계 돌파를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냈던 것을 청와대에서 좋게 본 것 같다”며 “지난해 평화협정을 제안하는 등 김 후보자는 실제로 아이디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남북 경협에 참여했던 전력도 창의적 발상을 실현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북 교류가 활발했던 2000년 전후로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으로 있으면서 남북 경협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고,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과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일하며 북핵 협상과 남북회담에 관여했다. 9ㆍ19공동성명이 나온 6자 회담 협상 과정에 참여했고, 2005년 정 전 장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때도 협상팀과 함께 방북했다. 정 전 장관이 개성공단을 열기 위해 미국 정부를 설득할 때도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이디어들을 현실화하기 위해 실무진과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관 선에서 하달된 아이디어가 실무진 반발로 무산되는 경우가 왕왕 있는 점을 감안하면, 통일부 관료들을 설득하고 장악해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김 후보자가 정책보좌관 시절 통일부 직원들뿐 아니라 청와대 수석들한테 큰 소리 칠 정도로 기가 셌다”며 “그때 고집 세고 기센 캐릭터로 각인된 측면이 있어서 통일부 내 이미지가 매우 좋지는 않았다”고 했다.
김 후보자가 이날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합의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혜를 구하겠다. 초당적 협력뿐 아니라 세대간 대화도 적극 추진할 생각”이라고 했던 부분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깃든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면서도 정책적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원 동해시 출생 △북평고ㆍ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정치외교학 석ㆍ박사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 △남북정상회담 전문가자문단 △통일연구원장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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