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 날’인 8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 성 평등 세상을 향한 각종 행사와 집회가 열렸다. 임금 성차별 해소, 낙태죄 폐지, 클럽 내 약물 성범죄 반대 등 각계각층에서 성평등을 외치는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3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전국여성노동조합 등 13개 단체가 참여한 ‘3시 조기퇴근시위’가 열렸다. 조기퇴근시위는 여성 근로자 임금이 남성의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하루 8시간 근로시간 기준으로 3시간 먼저 퇴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집회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맞게 돈을 주지 않는 노동을 거부하자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13만원으로, 남성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월 337만원)의 63.2%에 그친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 정각에 맞춰 ‘3시 스톱(stop)’이라는 검색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기 위한 ‘총공’(특정 단어를 계속 검색하는 행위. 총공격의 준말)을 실시했다. “3시부터는 무임금이다”, “그대로 멈춰라”, “15년째 똑같은 임금격차 이제는 바꾸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공동선언문을 통해 “최저임금 영향을 밀접하게 받는 계층의 여성 노동자 비중은 87%”라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에서 떨어지고, 차별임금을 받고, 성희롱과 성폭력을 당하는 성차별 구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후 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온 여성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다음달 형법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 형법 제270조 제1항(동의낙태죄)의 위헌 여부 선고를 겨냥한 행사였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21개 시민단체연합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세계여성의 날인 8일까지 헌재 앞에서 100일간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펼쳐왔다. 100일 릴레이 시위를 결산하기 위해 열린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를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회에 앞서 같은 자리에서 낙태죄 존속을 주장하는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의 맞불집회가 열려, 헌재 정문 앞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페미니즘 단체 불꽃페미액션 등 7개 단체는 오후 8시 서울 신사동 신사역 2번 출구에서 ‘버닝, 워닝(Buring, Warning)’이라는 이름의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신사역은 그룹 빅뱅의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클럽 ‘아레나’와 인접한 곳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아레나 앞에서 강간 범죄를 근절한다는 의미를 담아 ‘강간문화 커팅식’을 진행하고, 역삼동에 위치한 클럽 ‘버닝썬’까지 행진했다. 승리가 이사로 재직했던 버닝썬은 최근 집단 폭행, 마약 유통,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 클럽-경찰간 유착 등 각종 의혹의 중심에 있는 클럽이다. 주최 측은 “클럽 문화에 뿌리 깊게 내제돼 있는 여성 착취를 끝내고 강간 범죄를 규탄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