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현직 법관들을 일선재판 업무에서 빼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검찰에서 비위 통보한 66명에 대해서도 재판 배제를 요구하고 있어 김명수 사법부가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8일 사법농단과 관련해 기소된 현직 법관들에 대해 이달 15일부터 8월31일까지 재판 업무 대신 사법연구를 하라고 명령했다. 재판에서 배제되는 법관은 심상철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사건 당시 서울고등법원장)와 이태종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서울서부지법원장),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김경수 경남지사를 법정구속한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 등 6명이다.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방창현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지만 지난해 말 이미 정직 징계를 받아 이번 재판 업무 배제에서는 빠졌다.
대법원은 특히 기소된 법관들의 사법연구 장소로 재판이 진행되는 서울법원종합청사가 아닌 사법연수원 등으로 지정, 자신들의 재판을 맡을 재판부와 접촉할 가능성을 차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재판 배제 조치를 하면서 “유례없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형사재판을 받는 법관이 계속해서 재판업무를 맡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기소 법관들이 재판에서 배제되면서 검찰에서 비위 통보한 법관들의 징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별도로 기소되거나 비위사실이 통보된 법관들에 대해 징계 청구, 재판업무 배제 여부 등을 신속히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법관 징계시효가 3년인 점을 고려할 때 징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순일 대법관처럼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혐의가 중한 법관들은 시효만료로 징계가 불가능한 반면, 비교적 혐의가 가벼운 하위 법관들만 징계 절차에 회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원에 보석을 청구했다. 김 지사 측은 현직 도지사로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증거와 도주 우려가 없는 만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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