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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지방 소멸과 귀농산촌

입력
2019.03.09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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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상주로 귀산을 했다. 상주시 공무원인 지인의 절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상주시 역사 이래 처음으로 인구 10만 선이 무너진다는 절박함에 공무원이 나섰다는 것이다. “10만 인구 사수”가 상주시의 명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처음으로 10만명이 무너지며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10만 아래로 떨어지자 상주시청 공무원들은 인구 감소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검은색 정장의 상복차림으로 상주가 되었다.

서울에서 살다 상주시로 오니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필자가 사는 곳은 산속이라 전기, 수도, 도로 하나 없는 곳이다. TV에 나오는 자연인은 호사다. 완전히 원시인처럼 생활한다. 다행히 계곡에 물이 있어 그 물을 식수로 활용한다. 해발 600m이니 1월 추위에는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간다. 밥을 해 먹기 위해 1회용 부탄가스를 쓰지만 밥이 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죽은 나무를 모아 검게 그을린 밥을 해 먹는다. 주변 7개면에 편의점 하나 없다. 물건을 사기 위해 30㎞를 달려 상주 시내나 문경, 점촌까지 가야 한다.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에 살다가 사람 하나 없고 멧돼지와 고라니, 까마귀 천지인 산중에서 생활하기는 너무도 어렵다. 까마귀는 머리가 좋아 단단히 단속하지 않으면 컵라면을 비롯해 많은 식품을 강탈해 간다.

동네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만 사신다. 이장님만 60대 초반이시고 대부분이 초고령자다. 2018년 기준 농촌 고령화율은 42%로 전국 평균의 3배 수준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0년 후인 2028년에는 농촌 고령화율이 52.3%에 달해 성장 동력이 끊길 것으로 예측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내놓은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는 더 충격적이다. 228개 시ㆍ군ㆍ구 중 89개 시ㆍ군ㆍ구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지역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시급 도시 중에서는 상주가 가장 먼저 소멸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군 단위에서는 상주 옆에 있는 의성이 소멸 1순위이다.

지역이 소멸되면 역사, 문화, 전통, 유무형 지식 모두 사라진다. 지역이 가진 가치와 브랜드도 잊힌다. 산업화 시대 지방은 양적 증대가 질적 향상을 만들고, 그것은 새로운 가치와 브랜드를 형성하고 브랜드 역량이 지역을 먹여 살렸다. 이제는 정반대의 모델이 나타난다. 인구감소가 질적 저하와 가치의 감소 그리고 브랜드 소멸의 시대로 확산될 것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인구소멸지역에 인구 유인의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4차산업시대 인구는 돈이나 일자리를 주어도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일본 시골마을에는 예술가들이 지역활성화를 한 사례가 자주 나온다.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과소지역에서 사람이 산다. 결론은 규제 완화가 답이지만 정부는 아직 정교한 규제를 풀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한술 더 떠 농식품부 산하 공기업과 농협은 규모를 키운다. 한국사회에서 규모는 권력이고 권력은 갑질과 통제를 의미한다. 시골에서 몇 달 살아보니 규제와 인허가,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건건이 돈이 들어간다. 이래서는 시골살이가 결코 쉽지 않다. 좋아하는 것을 쉽고 편하게 할 수 있는 ‘특구’를 인구소멸지역에 만들자. 청년 창농 지원으로 1,600명에게 3년 동안 평균 90만원 지급, 전년도 소득이 3,700만원 이상 되는 귀농, 귀산, 귀어인에게는 융자 지원 금지, 이런 방식으로는 지역 소멸은 가속화된다.

정부가 귀농산어촌으로 지방 소멸 방지와 지역 균형 발전을 디자인하고 싶다면 귀농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규제 프리와 일관성, 예측 가능성, 지속성 있는 정책을 보여 달라.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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