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추가 대화에 확실히 열려있다면서 비핵화 협상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 신중하게 살펴볼 것이며 이런 움직임이 사실로 드러나면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확실히 다시 대화하는데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라며 "언제 일정이 잡히고 어떤 식으로 풀려갈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한 보고서와 보도들에 대해 판단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은 보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보를 확보하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며 "우리는 주의 깊게 이 상황을 살펴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그들(북한)이 그 방향을 택한 것이라면 매우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이 판단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기조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사실인지 확인하기 이르다. 매우 이른 리포트이다. 우리는 살펴볼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에게 매우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채택 없이 결렬된 뒤 전면에 등장, 연일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 발언에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미국 CBS와 폭스뉴스, CNN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담판 당시 미국의 비핵화 요구사항과 그 반대급부를 제시한 '빅딜' 문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고 말해 비핵화 대상을 대량파괴무기(WMD) 전체로 설정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는 5일에는 폭스뉴스 라디오와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잇따라 출연했다. 특히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볼 것"이라며 제재 발언 수위를 한층 높여 북한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4일 협상팀 파견 의사를 밝히며 대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볼턴 보좌관도 이날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미국과 북한 양국은 당분간 강온 양면 전술을 오가면서 향후 협상 판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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