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통령이 결단해야”… 보수 지지층 결집 전략인 듯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 약 350일 만에 풀려난 것을 계기로 자유한국당 안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이제는 사면을 논할 때가 됐다”는 한국당 주장에 여당은 즉각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질서에 대한 무지이자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 전 대통령 사면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이) 오랫동안 구속돼 계신다. 건강이 나쁘다는 말도 있다”며 “이렇게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계속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감안한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면’을 집적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사면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황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형이 지나치게 높다는 부분에 국민들이 많이 공감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때가 되면 사면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먼저 사면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할 때가 곧 올 것이고,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통령이 적당한 시점에 결단해 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사면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지금 해야 한다는 말을 하지는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에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통령 보석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아울러 2년 동안 장기 구금돼 있는 박 전 대통령 석방도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국당 내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띄우고 나선 것은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공을 문재인 정권에 떠넘겨 부담을 지우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를 두고 다른 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률가 출신 두 지도부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질서에 대한 무지이자 부정”이라며 “한국당 지도부의 촛불정부 스스로 사면을 결단하라는 주장은 촛불정부를 만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들에 대한 모욕에 불과하다”고 힐난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황교안, 나경원 대표의 몰염치가 점입가경”이라며 “이 전 대통령의 보석에 ‘기회주의 근성’이 또 다시 발동했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지속가능한 친박당’의 생존법에 기차 찰 노릇”이라며 “친박(근혜) 세력을 위한 립 서비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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