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대만관계법 제정 40주년을 앞두고 중국이 미국을 향해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미 의회가 정부 관료의 대만 방문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미국의 함정이 번갈아 무력시위를 벌인데 이어 대만을 둘러싼 양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7일 “미국이 우리와 충돌한다면 중국과 가까이 붙어 있는 대만을 징벌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위험한 대만 카드를 자꾸 꺼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은 최근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밥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 등 미국 의원 16명이 초당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낸 게 발단이 됐다. 이들은 “4월 대만관계법 제정 40주년 행사에 정부 인사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달에는 미 공화당 중진 의원들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요청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과 의회연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무역협상이 진행되는 민감한 상황이지만 중국 또한 발끈하고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는 것이다.
미국은 1979년 1월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같은 해 4월에는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문화ㆍ통상 등 분야에서 비공식관계를 유지하는 내용으로, 대만에 무기와 군사기술을 제공하는 근거가 됐다. 미국이 겉으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면서도 실제로는 ‘두 개의 중국’을 상대해온 셈이다.
5년 전인 2014년 대만관계법 35주년 행사 당시 미국은 지나 맥카시 환경청장을 사절로 보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정부 관료를 보낸 것에 대놓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그 사이 중국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이번에는 독기를 잔뜩 품었다. 지난해 대만여행법 시행 이후 미국이 노골적으로 대만을 지원해 가뜩이나 불만이 큰 상황에서 만약 미국이 정부 인사를 대만에 보낸다면 미중 관계는 다시 험악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재대만협회 경비를 해병대가 맡는 방안을 놓고 미중 양측은 거친 공방을 주고 받은 전례도 있다. 끝내 미국이 방침을 철회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다. 2010년 이후 150억달러(약 17조원) 상당의 무기를 대만에 수출한 미국은 매년 큰 폭으로 판매량을 늘려가며 보란 듯이 중국을 자극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둔 대만 국내정치 변수까지 감안하면 대만을 둘러싼 미중간 삼각게임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