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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청정기도 없어"... 영세 유통매장 미세먼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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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청정기도 없어"... 영세 유통매장 미세먼지 속앓이

입력
2019.03.0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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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김경진 기자
삽화=김경진 기자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직영 매장들은 발 빠르게 공기 질 관리에 나서면서 봄철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소규모 업체나 영세 가맹점은 뾰족한 대책 없이 속만 끓이고 있다. 미세먼지 대응에서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해 4월부터 전국 212개 매장에 공기청정 설비 1,200여대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전체 1,270여개 매장 중 약 17%가 공기청정 설비를 갖춘 셈이다. 스타벅스는 올해 안에 설치율을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당초 2021년까지 모든 매장에 설치하려던 계획을 이번 미세먼지 사태를 계기로 앞당겼다. 공기청정 설비가 있는 매장은 설치 이전보다 고객 유입이 8%가량 늘어난 것으로 스타벅스는 집계하고 있다.

빕스(VIPS)와 계절밥상 등 10여개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CJ푸드빌은 매장들이 대부분 대형쇼핑몰 등 공조시스템을 갖춘 건물에 입점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미세먼지를 피해 실내에서 쇼핑을 즐기려는 고객들을 겨냥한 마케팅 포인트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단독 건물 매장이라도 자체 공기청정ㆍ환기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관련 신상품까지 등장했다. 호텔업계에선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이른바 ‘청정객실’ 패키지가 2, 3년 전부터 봄철 필수상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를 피하면서 휴식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더 플라자 호텔은 지난 1~6일 청정객실 예약률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기청정 시스템이 설치된 스타벅스 서울 홍대공항철도역점.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공기청정 시스템이 설치된 스타벅스 서울 홍대공항철도역점.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의 디럭스 룸. 실내 공기청정 기능과 항 알러지 케어 성능 카페트가 구비돼 있다고 호텔 측은 설명한다. 더 플라자 제공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의 디럭스 룸. 실내 공기청정 기능과 항 알러지 케어 성능 카페트가 구비돼 있다고 호텔 측은 설명한다. 더 플라자 제공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계절밥상’ 경기 판교점. 쇼핑몰에 입점해 있어 건물 자체 공기정화 시스템이 운영된다. CJ푸드빌 제공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계절밥상’ 경기 판교점. 쇼핑몰에 입점해 있어 건물 자체 공기정화 시스템이 운영된다. CJ푸드빌 제공

이처럼 대형 유통업체들은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지만 가맹점이나 로드숍, 소규모 상가 매장 등에선 대책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가맹점 업계는 공기청정 설비 설치를 점주들과 협의해야 해 자칫 비용 등을 둘러싸고 본사와 점주 간 갈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한 가맹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소규모 매장에 일일이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본사 차원에서도 미세먼지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실외 근무 인력이 많은 업체들은 직원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지난 2일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날엔 매장 밖에서 판촉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국 1,100여개 매장에 내렸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물류센터 근무자 1만5,000명과 배송 직원 4,000명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뜨면 의무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롯데월드도 실외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 마스크를 지급하고 휴게 공간에 여유분까지 비치해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작년까진 마스크 착용 등을 개인 자율에 맡겼으나, 올해부턴 회사 차원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마트 등에서 일하는 일부 배송 위탁업체 직원들은 개인 비용으로 마스크를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이나 소규모 상가의 식당과 슈퍼마켓에선 공기청정 설비는 고사하고 간이 천장이나 비닐 등을 임시방편으로 사용하고 있다. 배송이나 고객 응대 과정에서 미세먼지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셈이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천재지변과 다를 게 없는데 상인들은 어디 호소할 곳도 없어 그저 속앓이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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