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등 靑 1기 참모진과 만찬… ‘세대교체’ 해석 속 공천과정 갈등 우려도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선거 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이나 장관 출신 친문(재인) 인사들을 받아들이고,일부 비문 중진 의원의 입각을 고려하면서다. 젊고 개혁적인 86그룹(80년대 학번ㆍ60년대 출생)정치인을 간판으로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는 것인데,당의 친문 색채가 강해지는 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7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청와대 1기 참모진과 만찬을 하고 “그동안 청와대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많은 경험을 쌓고 당에 돌아와 인재풀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이 어떤 요청을 하든 선당후사(先黨後私) 정신으로 헌신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 자리에는 임전 실장과 한병도 전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이 참석했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이 자리에서 입당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대거 등용된 86그룹정치인으로 평가된다.
만찬에 배석한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당직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임 전 실장과 한 전 수석도 현재 각각 대통령 아랍에미리트(UAE) 특임 외교특별보좌관, 이라크 특임 외교특보를 맡고 있어 당분간 당직을 맡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앞서 백 전 비서관이 총선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제안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향후 당의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참모진의 당 복귀는 내년 총선 준비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종로와 중구성동을, 서대문갑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전 수석은 전북 익산을, 윤 전 수석은 경기 성남중원, 권 전 관장은 서울 용산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인재영입과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민주연구원장직을 제안 받고 고심중이라고 한다.
1기 내각에 입각한 중진 의원들의 복귀도 임박했다. 이르면 8일 단행되는 개각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ㆍ김현미 국토교통부ㆍ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당으로 귀환한다. 김부겸ㆍ김영춘 장관은 각각 대구와,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어,향후 당의 영남권 공략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당ㆍ청 갈등으로 각종 선거에서 참패했던 민주당은 청와대와 내각 출신 정치인과 화합해 내년 총선에서 잡음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이해찬 대표도 이들의 복귀로 당ㆍ정ㆍ청 간 소통이 원활해 진 데 기대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당의 대표적 비문계인 우상호ㆍ박영선ㆍ진영 의원이 입각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도 총선 준비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하마평에 오른 의원들이 모두 수도권 3~4선 중진의원이라는 점에서 당의 세대교체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청와대의 인사검증 결과에 따라 입각 의원이 줄어들 여지도 있다.
여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민주당 한 친문 의원은 “내년 총선은 4년차에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레임덕을 가르는 중대한 시기”라며 “청와대나 내각에 기용돼 몸집을 키운 친문들이 내년 총선을 이끌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부 계파가 총선을 주도하면 공천 과정에 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청와대나 내각출신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당청 관계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