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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때문에 모라토리엄까지... 동남아 인도 미세먼지 제거 고육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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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때문에 모라토리엄까지... 동남아 인도 미세먼지 제거 고육책

입력
2019.03.08 04:40
수정
2019.03.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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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과 돈 있는 사람은 다 탈출했어요. 그런데 비행기가 못 뜰 정도였어요. 학교는 모두 문 닫고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잠비에서 사업하는 김대진(45)씨에게 2년 전은 악몽과 같다. 숲을 태우는 연무가 하늘과 사람들의 폐를 삼켰다. 수마트라는 매년 자연 발화와 살아남기 위한 화전민들의 방화, 기업들의 개발로 인한 산불이 잦아 최악의 대기 오염으로 악명을 떨치는 곳이다. 연무는 국경을 넘어 이웃나라 싱가포르까지 오염시킨다. 김씨는 7일 통화에서 “그나마 작년부터 좀 뜸하고 잠잠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등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확산된 2017년 수마트라 아체주 믈라보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등에서 발생한 산불 피해가 확산된 2017년 수마트라 아체주 믈라보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정부의 제재와 이웃나라와의 협력을 눈여겨봐야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6년 이탄지 모라토리엄, 지난해 팜오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무질서한 산림 방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연무가 자국을 침범할 때 싱가포르는 비난만 하지 않았다. 회유(소방헬기 및 인력 지원)와 압박(규제법 마련)을 적절히 활용했다. 외교수단을 총동원한 덕인지 싱가포르의 대기 질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는 질식하는 지구를 상징한다. 공기가 최악인 3대 도시(베이징 델리 자카르타)가 포진해 있다. △노후 교통수단 및 교통 인프라 미비 △선진국의 오염산업 이전 △무분별한 화전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다들 먹고 살기 힘들어서 환경을 거들떠볼 여유가 없었다. 최근 오염이 극에 달해 당장 자국민들이 들끓고 그 오염이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지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책들은 국제적 추세를 따라가면서도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충격요법, 임기응변, 고육책을 선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탄지 모라토리엄이 고육책이라면, 주요 도심 차량 강제 ‘2부제’는 강력요법이다. 예컨대 이날 번호가 짝수로 끝나는 차량이 자카르타 주요 도로에 진입하면 바로 단속에 걸린다. 작은 길로 빙 돌아서 가야 해서 해당되는 날이면 남의 차를 얻어 타거나 택시를 타는 게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지방은 산불, 도시는 교통수단(실제 70% 이상 요인)이 대기 오염의 주원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자전거타기 홍보는 먹히지 않는다.

태국 방콕 소방수들이 미세먼지를 줄여보려고 빌딩 옥상에서 물 뿌리는 장면. 방콕=EPA연합뉴스
태국 방콕 소방수들이 미세먼지를 줄여보려고 빌딩 옥상에서 물 뿌리는 장면. 방콕=EPA연합뉴스

태국은 산불진압용 항공기와 드론을 투입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심지어 소방대원들이 고층 빌딩 옥상에서 물을 뿌리기까지 한다. 효과는 ‘조족지혈’에 민심은 가라앉지 않자 군대를 각 공단에 급파해 오염물질 공장을 색출하는 군사작전까지 펼쳤다.

인도 델리 도심엔 작년 12월부터 물대포 트럭이 등장했다. 0.001~0.05㎜ 크기의 물방울을 45m 거리까지 분당 100리터나 뿌려준다고 한다. 물이 닿은 곳은 미세먼지가 95%가 사라진다는 게 인도 정부의 설명이지만 임시방편에 가깝다. 요리용 나무땔감을 줄이기 위해 태양열조리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생활방식이 쉽게 바뀔 리 없다.

오토바이의 천국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오염의 주범이라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전기오토바이 보급 확대지만, 시늉에 그치고 있다. 정부 관계자조차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성장을 더해야 하고, 자국의 대기 질이 주변국보다는 아직은 낫다는 속내가 깔려있다.

인도 델리에 등장한 물대포 트럭. 캔인디나뉴스 캡처
인도 델리에 등장한 물대포 트럭. 캔인디나뉴스 캡처

중국 시안(西安)에는 지난해 1월 100m짜리 공기청정기가 등장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1년 넘게 지났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여러 면에서 우리나라 입장에서 정면교사로 삼을만하다. 이웃나라에서 날아오는 먼지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물론 당장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산불로 인한 연무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국가라 자부하는 싱가포르와 달리 우리나라는 미세먼지 자체 유발 요인도 많다. 그래도 닥치는 대로 해봐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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