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어느 푸른 저녁
기형도∙강성은 외 87인 지음
문학과지성사 발행∙각184, 204쪽 1만,3000, 1만5,000원
이름 석 자가 시(詩)이고, 청춘이고, 환멸인 이름, 기형도(1960~1989). 30주기(7일)에 맞춰 시집 두 권이 나왔다. 첫 시집이자 유고 시집인 ‘입 속의 검은 잎’(1989) 수록 시에 미발표시 97편을 더해 묶고 만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제목은 뇌졸중으로 갑작스레 삶을 등지기 전, 고인이 첫 시집 제목으로 마음에 품었던 문장 중 하나다. 얇은 첫 시집이 하드커버 전집으로 다시 나오는 동안, 시인의 이름은 나이를 먹었으되 시들은 늙지 않았다.
그리고 2000년 이후 등단한 ‘젊은’ 시인 88명의 헌시를 모은 시집 ‘어느 푸른 저녁’. 시인들은 슬픔 대신 우정으로 선배 시인을 기억한다. “빠른 육공인 그도 페이스북에 글 좀 썼을 것 같다/미안하지만 희망에 대해 말하자면/죽은 사람은 계정을 새로 팔 수 없으며/나는 계정이 있고 살아 있는 한 뭐라도 좋아할 예정인데/선배님이 제 롤모델입니다, 빠른 육공이 시퍼렇게 웃는다”(서효인 시인)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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