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탭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는 영화 속 대사를 이미 20년 전에 경험한 두 사람. 국내 탭댄스 1세대인 김길태(오른쪽) 탭꾼댄스컴퍼니대표와 그의 제자이자 영화 ‘스윙키즈’ 안무감독인 이연호 요노컴퍼니 대표가 7~9일 열리는 서울 탭댄스 프린지 무대에 나란히 오른다. 이한호 기자

“이번 축제의 모토는 ‘탭 인 원(Tap-in-one)’이에요. 탭댄스로 하나된다는 의미기도 하고, ‘처음 두드려본다’는 설렘도 들어있고요.”(김길태 탭꾼댄스컴퍼니 대표)

“인생을 살면서 우리도 계속 어딘가의 문을 두드리며 시도하잖아요. 저는 결국 바닥을 두드리며(Tap) 추는 춤인 탭댄스가 직업이 됐고요.”(이연호 요노컴퍼니 대표)

활홍경에 빠진 건 한 순간이었다. 미국 뉴욕 여행 중 무심코 들어가 본 여러 춤 학원 중 한 곳에서, 친구 따라 방문한 연습실에서, 두 사람은 신발 바닥의 금속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리듬에 매료됐다. 김길태(49) 탭꾼댄스컴퍼니 대표와 이연호(37) 요노컴퍼니 대표의 이야기다. 김 대표는 한국 1호 ‘리듬 탭퍼’로 불리는 1세대 탭댄서. 현재 한국에서 활동하는 프로 탭댄서 70~80명 중 약 80%가 김 대표의 제자다. 이 대표 역시 김 대표에게 탭댄스를 배웠다. 이 대표는 한국전쟁 시기 탭댄스를 소재로 한 영화 ‘스윙키즈’(2018) 안무 감독을 맡은, 요즘 잘 나가는 탭퍼다.

7~9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서울 탭댄스 프린지’ 페스티벌 무대에 나란히 오르는 두 사람을 최근 공연장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탭댄스라는 거이 참 사람 미치게 만드는 거드만”이라는 ‘스윙키즈’ 속 대사가 자기 이야기라며 맞장구를 쳤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탭탠스는 공연 무대를 끓어 오르게 하는 춤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탭댄스는 흥을 돋구는 춤으로 종종 등장했다. 최근엔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2016)가 탭댄스 열기를 지폈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이 미국 LA 언덕에서 신나게 춘 게 탭댄스다. 그럼에도 탭댄스는 여전히 낯선 장르다. 2000년대 초부터 한국 탭댄스의 행로를 개척해 온 두 사람의 ‘탭댄스 프린지’에 대한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탭댄스를 접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춤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김 대표는 케이블방송국 PD출신이다. 1996년 뉴욕에서 우연히 접한 탭댄스에 빠졌다. 탭댄스를 ‘열공’하고 2002년 귀국했다. 당시 탭댄스는 소수가 알고 즐기는 춤이었다. 탭댄스 불모지인 한국에 정통 탭댄스를 제대로 들여온 게 김 대표였다. 이 대표는 김 대표가 한국에서 꾸린 탭꾼탭댄스컴퍼니에 초창기 단원으로 합류했다.

발로 리듬을 만드는 춤에 미국의 흑인들이 아프리카 리듬을 접목해 추던 것이 탭댄스의 기원이다. 흑인들의 춤을 보고 다시 백인들이 군무 등 동작을 만들어 극장에 올리며 탭댄스를 상업화했다. 김길태 대표는 전자인 '리듬 탭댄스' 전문가다. 이한호 기자

‘탭댄스 프린지’에선 프로 탭댄서 40여명이 4차례 공연한다. 탭댄스의 다양하고도 깊은 매력을 보여 준다. 김 대표는 “예전에는 탭댄스를 알리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후배들이 성장해 본인의 공연을 만들 정도가 됐다”며 “영화와 뮤지컬의 조연이 아니라 탭댄스가 주연이 돼서 관객을 만나게 되는 자리라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탭댄스에 있어 마포는 연극으로 치면 대학로 같은 곳”이라며 “마포에서 3일 간 축제가 열리는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탭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전국에 스무 곳 남짓이고, 그 중 마포구에 10곳 이상이 몰려 있다고 한다.

프로들끼리는 역시 통하는 법일까. ‘스윙키즈’ 속에 녹아 있는 이 대표의 소스를 김 대표는 귀신같이 알아차렸다. 예컨대 등장인물 로기수가 야심 차게 선보인 동작은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탭댄서인 보쟁글스(1877~1949)의 춤이었다. 관객들이 척 보기에도 현란한 동작이지만, 댄서들에겐 우상의 춤으로 꼽힌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춤 실력이 좋아지는 걸 보여주는 소품은 지팡이다. 지팡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수록 주인공들은 춤꾼이 돼 간다. 지팡이 아이디어를 낸 게 이 대표다.

취미를 위해 탭 슈즈를 구입하는 경우 가격은 5만원 선. 일주일에 한 두 번 춤을 추면 이 신발로 2년까지 날 수 있다. 이한호 기자

탭댄스는 누구나 출 수 있지만 ‘폼 나는 수준’까지 되려면 긴 시간이 걸린다. 온 신경을 발에 집중하다 보면 상체 동작까지 아름답게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무대에 오르는 전문 댄서들의 이야기. 취미로서의 탭댄스는 신발을 신는 순간부터 즐거울 거라고 두 사람은 여러 번 강조했다. “탭댄스에 빠져 6개월만 보내보면, 평생 끊을 수 없을 것”이란다.

“탭댄스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매력이에요. 잘하든 못하든 음악을 틀어놓고 발을 구르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비워지죠. 미국에서는 탭댄스를 스포츠로 즐기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에요.”(김길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몸에서 우러나오는 리듬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탭댄스로 성취감을 느꼈으면 해요.”(이연호)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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