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민우회 “단호하게 대응하겠다”
“영화계를 인권침해의 현장으로 만든 것은 김기덕 자신이다.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며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피해자와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과 단체를 고소하는 게 스스로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다.”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기덕 3억 손해배상 청구소송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덕의 행위는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온 미투 운동에 대한 반격”이라며 “남아있는 일말의 명예라도 지키고 싶다면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규탄했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달 12일 한국여성민우회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제기했다. 여성민우회가 ‘김기덕 감독의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 초청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는 등 자신을 성폭력 범죄자로 낙인 찍히게 만들고, 이로 인해 심각한 손해를 입었다는 게 소송의 이유다.
김 감독은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여배우를 폭행하고 사전 협의 없이 남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중 폭행 혐의만 인정돼 김 감독은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12월에도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제작진, 인터뷰에 응한 이들을 명예훼손과 무고 등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팀장은 “김씨의 성폭력 혐의는 대부분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됐지만 증거불충분은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지, 성폭력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며 “피해자와 연대하는 단체에까지 소송을 남용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용기가 허위라는 의심을 조장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모든 행동을 가로막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여성민우회 때문에 자기 영화의 해외 판매, 개봉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영화계의 인권침해와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성평등한 영화 환경을 만들어가려 했던 이들의 상식적인 열망이 이끌어낸 결과”라며 “자신의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커녕 피해자를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심지어 조력자도 위증죄로 고소하는 등 정의를 바라는 모든 이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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