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안정과 과세 형평을 위해 2005년 도입한 공시가격제도가 오히려 고가 단독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줄여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 도입 이후 첫 2년을 제외한 12년간 일부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땅값+집값)이 공시지가(땅값)보다 낮았다”고 주장했다.
◇부촌 고가주택 가격이 마이너스?
경실련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ㆍ삼성동, 성북구 성북동, 용산구 이태원ㆍ한남동 소재 고가 주택 15채를 선정하고 이들 주택의 공시지가와 공시가격 변동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가 단독주택의 땅과 건물을 포함한 공시가격은 제도 도입 3년째인 2007년부터 매년 땅값보다 평균 7%, 최고 12% 낮게 책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과 땅값을 합한 값이 오히려 땅값보다 낮은 것으로, 집값이 ‘마이너스’라는 의미다.
또 공시가격제도 도입 전인 2005년 이전 방식대로 공시지가와 건물가액을 합친 집값과 현행 공시가격을 비교한 결과, 현행 공시가격은 이전 방식으로 산정된 가격보다 평균 16% 낮았다. 시세반영률은 64% 수준으로, 아파트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인 70%보다 낮았다.
◇“아파트보다 세금 4억 가까이 덜 내”
2005년 이후 이들 주택 보유자가 14년 간 낸 주택 한 채당 보유세 누계액은 평균 4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공시가격제도 도입 전 방식으로 부과했을 경우(5억7,000만원)보다 1억2,000만원(21%) 줄어든 것이다. 아파트 시세반영률 수준으로 보유세가 부과됐다는 가정 아래 산출된 누계액(8억3,000만원)보다는 3억8,000만원(45%)이나 적었다. 아파트 보유자의 과세부담이 2배 가까이 높다는 의미다.
경실련은 “고가 단독주택 소유자들이 아파트 소유자와 비교해 14년 동안 매년 3,000만원 가까이 덜 낸 꼴”이라며 “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폭등을 잡겠다고 도입한 공시가격제도가 오히려 고가 단독주택의 보유세를 낮춰준 꼴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낮은 공시가격을 매긴 것으로 보인다”며 “10년 넘게 세금을 아파트 보유자의 절반 수준으로 깎아 준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로, 향후 자체 조사와 감사청구 등을 통해 진상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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