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등 ‘연성법률’ 적극 활용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동안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을 중심으로 진행하던 일감 몰아주기 실태조사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한다. 기업 가치를 해칠 만한 불공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경영 관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에도 통보할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올해 공정위 업무계획 사전 브리핑에서 “올해는 자산 2조~5조원 상당 중견기업의 부당지원 행위를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조사 후 제재를 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일감이 개방되고 건전한 거래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0개 기업집단을 상대로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진행했는데 SPC를 제외한 9개사가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이었다.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근거인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법 제23조의2) 규정은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대상이기 때문에 대기업 위주로 조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중견기업에 대한 조사는 모든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법 제23조 1항 7호) 규정을 근거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조사를 마친 10개 기업집단 중 중 태광, 대림, 금호, 하림 등 위원회에 상정된 4개 기업집단에 대한 제재는 상반기 중 처리하고, 나머지 6개 기업집단(미래에셋, 한화, 아모레퍼시픽, SPC, 삼성, SK)도 추가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낼 계획이다.
공정위가 장기적 주주가치를 해치는 위법행위를 적발해 제재할 때는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코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스튜어드십코드, 금융회사 통합감독 모범규준 같은 연성 법률이 불공정한 거래 관행의 상당 부분을 간접적으로 규율하도록 하겠다”며 “연성 법률이 한국의 실정에 맞게 진화한다면 지속가능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성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중간 성격을 띠는 특수형태근로자(특고) 보호와 관련해서는 상반기 중 심사지침을 개정해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을 추가하고 나아가 특고 적용대상을 열거하는 대신 산재보험에서 인정될 경우 공정위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 김 위원장은 “현재 공정위 특고 지침에는 다른 부처와 겹치는 경우에는 해당 부처에 이첩하는 조항이 있어 그동안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웹툰 작가와 소프트웨어 디자이너 등 최근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유형의 경우 특고 지침에 바로 반영하기 쉽지 않지만 관련 부처 협의를 통해서 표준계약서, 거래 가이드라인을 공동 제정하는 등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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