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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에 아픔 줄까봐… 5년 만에 지각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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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에 아픔 줄까봐… 5년 만에 지각 개봉”

입력
2019.03.11 04:40
수정
2019.03.11 13:5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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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항’ 모현신 감독 인터뷰

어선 사고로 가족 잃은 줄거리 ‘세월호 영화’로 오해

경북 포항의 바다에서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내용의 영화 '포항'을 만들어 최근 개봉한 모현신 감독. 포항=김정혜기자
경북 포항의 바다에서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내용의 영화 '포항'을 만들어 최근 개봉한 모현신 감독. 포항=김정혜기자

경북 포항시 구룡포항을 배경으로 아마추어 배우인 포항시민이 출연해 만든 독립영화 ‘포항’이 지난달 대구의 오오극장, 포항의 인디플러스 포항, 부천 판타스틱큐브, 인천 영화공간주안 등 전국의 독립영화전용관에서 개봉했다. 촬영 6년, 제작 5년만이다. 포항 구룡포 앞바다에서 어선 사고로 아버지와 아들을 잃은 한 남자가 고향을 찾아 슬픔을 극복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모현신(39)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013년 단 20일만에 촬영을 마쳤다. 2014년 후작업을 마친 직후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그해 5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선정되면서 ‘구설’에 올랐다. 모 감독은 “영화는 참사 이전에 만들었고 세월호와 전혀 무관한 내용인데 영화제 수상 후 ‘세월호 영화’라는 인식이 퍼져 부담이 컸다”며 “바다에서 가족을 잃고 시신마저 찾지 못해 슬퍼하는 내용이 행여 유족들에게 더 큰 아픔을 줄 것 같아 개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각 개봉에 나선 것은 ‘세월호 영화’라는 오해가 어느 정도 풀렸다는 판단에서다.

영화는 2015년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열린 플루먼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는 등 크고 작은 국내외영화제서 잇따라 수상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수습이 지연되는 바람에 영화 포항보다 4년 뒤에 촬영한 ‘국광교회’를 먼저 스크린에 걸기도 했다.

영화 포항의 한 장면. 바다에서 어선사고로 아버지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이 아버지의 배를 닦고 있다. 모현신 감독 제공
영화 포항의 한 장면. 바다에서 어선사고로 아버지와 아들을 잃은 주인공이 아버지의 배를 닦고 있다. 모현신 감독 제공

영화 포항은 포항에서 또 한번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 시민이 출연한 포항영화이기 때문이다. 주연급 3명을 제외한 조연 9명은 모두 포항에 사는 일반 시민들이다. 모 감독은 “포항시청 16층 카페에서 오디션을 열었는데 20명 넘게 몰려와 깜짝 놀랐다”며 “배우 대부분이 처음 연기를 했지만 너무나 적극적이어서 촬영장 열기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광주가 고향이 그가 포항에서 영화를 찍게 된 것은 한옥 정자 등을 설계ㆍ시공하는 대목장 남편 덕분이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 공사에 참여한 남편을 따라 2012년 포항을 찾았다. 남편의 현장 직원들의 권유로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영화촬영을 마친 그는 다시 친정이 있는 전남 나주에서 생활하다 최근 개봉과 함께 포항을 자주 찾고 있다.

영화의 모티브는 모 감독 자신의 꿈에서 따왔다. 당시 임신 상태였던 그는 두 남자가 바다에서 아이를 버리는 꿈을 잊을 수 없었다. 흉몽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아이를 낳은 뒤 가족을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포항이라는 작품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포항 포스터. 모현신 감독 제공
영화 포항 포스터. 모현신 감독 제공

모 감독은 “제작비가 충분치 않았지만 배우들의 열정에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20일만에 촬영을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이 일하는 구룡포항의 조선소와 바다로 타고 나가는 배, 어민 숙소 등 모두 구룡포 주민들이 무료로 빌려준 것”이라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포항의 후한 인심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모현신 감독은 “영화 포항은 아버지와 아들이 실종된 것처럼 자신을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내몰기를 거듭하는 주인공의 내면 속 딜레마를 나타내는 작품이다”며 “관객들도 영화 전편에 흐르는 희로애락의 감정에 공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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