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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평등한데 … 지역아동센터 공기청정기는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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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는 평등한데 … 지역아동센터 공기청정기는 ‘부익부 빈익빈’

입력
2019.03.07 15:27
수정
2019.03.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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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꿈사랑방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실내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안에도 공기청정기가 없다. 서재훈 기자
지난 6일 서울 동대문구 ‘꿈사랑방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실내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센터 안에도 공기청정기가 없다. 서재훈 기자

“공기청정기요? 꿈도 못 꿔요. 아이들 마스크 사주기에도 빠듯한 형편이라… 요즘 같은 날이면 창문 한번 열지 못한 방에서 온종일을 보내야 해요.”

역대 최악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이어졌던 지난 6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꿈사랑방지역아동센터’에는 두터운 외투을 벗었으나 좁은 공부방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100㎡남짓한 공간에 서른 명 이상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보니 실내 공기는 ‘재난급’ 이라는 바깥 공기보다 나을 것이 없는 상황. 이곳에 공기청정기도 없었다. 박은자 센터장은 애꿎은 에어컨만 바라보며 울상을 지었다. “작년 폭염 때 큰 맘 먹고 사비를 털어 에어컨을 마련했는데, 이번에도 그래야 하는 건가 싶어요.”

 ◇취약계층 아동 모인 지역아동센터, 미세먼지 대책도 취약 

취약계층 아동을 무료로 돌보는 지역아동센터가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 속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전국 4,300여 곳에서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ㆍ한부모ㆍ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무료로 돌보는 복지기관이다.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는 것과 다르게 지역아동센터는 공기청정기는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곳이 태반이다. 턱없이 부족한 운영지원금으로는 상근 복지사의 월급을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다. 박 센터장은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운영비로 전기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니 100만원대에 육박하는 공기청정기는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가난한 구청, 공기청정기 못 구해줘 

모든 지역아동센터의 상황이 똑같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공기청정기를 손쉽게 들여놓고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꿈사랑방지역아동센터’처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도 있다. 관리ㆍ지원 주체가 관할 구청이라 구청 재정 상황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 서울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지역아동센터서울시지원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에서도 강남구ㆍ성북구ㆍ종로구ㆍ영등포구 등 7개구는 공기청정기를 지원하지만, 강서구ㆍ금천구ㆍ동대문구ㆍ중랑구 등 10개구는 지원이 없다. 지원이 없는 곳은 센터가 개별적으로 알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구청은 살림살이가 빠듯한 곳이라 사정이 여의치 않다.

서울 성북구 '다솔지역아동센터' 내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모습. 성북구는 관내 모든 지역아동센터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고 있다. 김은영 센터장 제공
서울 성북구 '다솔지역아동센터' 내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된 모습. 성북구는 관내 모든 지역아동센터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하고 있다. 김은영 센터장 제공

 ◇강남구는 2대 지원, 강북구는 1대 구하려면 사비 털어야 

강남구의 ‘강남지역아동센터’는 미세먼지 수치가 급격히 높아진 지난 4일 구청이 지원 아래 공기청정기 2대를 들였다. 강남구는 구역 내 모든 지역아동센터에 공기청정기를 대여해 주고, 주기적으로 갈아야 하는 필터교체비까지 전액 부담한다. 반면 강북구는 언감생심이다. 수유동에 위치한 ‘나욧아카데미’ 측은 “마흔 명 규모라 센터 중에서도 큰 축에 속하지만 공기청정기는 1대도 없디”며 “공기청정기를 지원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니 센터장이 제 지갑을 연다. 동대문구 ‘서울지역아동센터’ 김장봉 센터장은 지난해 사비를 들여 공기청정기를 샀다. 지난해 상반기 구청 쪽에서 수요조사를 해갔지만, 그 뒤 아무런 말이 없어서였다. 김 센터장은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결국 내가 샀다”며 “살림살이나 나은 다른 구청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42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이 센터는 규모로 따지면 최소 2~3개의 공기청정기가 필요하지만, 간신히 1대를 갖춘 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기청정기 구해도 필터 교체 비용에 발 동동 

구청 쪽 지원을 못 받아도 운좋게 기업이나 시민단체로부터 공기청정기를 기증받기도 한다. 하지만 기증을 받아도 필터 교체 비용을 걱정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 ‘람원행복홈스쿨지역아동센터’ 측은 시민단체의 후원 덕에 공기청정기 3대를 설치했지만 아끼고 또 아껴 쓴다. 두 달에 한 번은 필터를 갈아줘야 하는데, 이 비용만도 수십만 원 선이다. 서울 금천구 ‘금나래지역아동센터’의 강선영 생활복지사도 “지난해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으로부터 기증받은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관리비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내 체육 시설, 프로그램 보강해야” 

돌봄 현장에 있는 실무진은 궁극적으로 실내 체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천행복한지역아동센터’의 김희순 생활복지사는 “공기청정기 2대를 돌린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실내에 오래 있을 경우 면역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인근 실내체육관 등과 연계한 외부 활동 프로그램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지역아동센터협의회 관계자도 “실내 체육을 도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보강해 아이들의 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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