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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사각지대 ‘히든 리치’ 한꺼번에 샅샅이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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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 사각지대 ‘히든 리치’ 한꺼번에 샅샅이 손본다

입력
2019.03.07 12:00
수정
2019.08.01 16:05
19면
0 0

자산 100억 이상 95명 대상

전국 동시 세무조사 착수

'히든 리치' 전국 동시 세무조사 대상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히든 리치' 전국 동시 세무조사 대상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 중견기업 사주 A씨는 자신이 소유한 상장사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인 미국 현지법인에 투자ㆍ대여금 형태로 자금을 송금했다. 돈을 받은 현지법인은 판매관리비 등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법인 자금을 빼돌렸다. 현지법인에서 빠져나간 돈은 고스란히 미국에 유학 중인 A씨 자녀의 부동산 구입비, 유학비, 현지 생활비 등으로 쓰였다.

#. 임대업자 B씨는 자신이 설립한 임대법인이 소유하고 있던 시가 100억원대 건물을 임대보증금보다도 낮은 가격에 딸에게 양도했다. 해당 건물은 B씨가 소유한 땅 위에 지어져 B씨가 임대법인으로부터 수십억원대 토지 임대보증금을 받은 상태였다. 건물 양도가 완료되자 B씨는 갑작스레 토지 임대보증금을 80% 깎으면서 딸에게 그 차액을 고스란히 돌려줬고 이를 통해 B씨의 딸은 건물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중견기업 오너나 '건물주'로 불리는 대규모 부동산 임대업자 등 이른바 ‘숨은 자산가(히든 리치)’들은 그간 국세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들은 대기업 못지 않게 지능화된 수법으로 세금 빼돌려 왔지만 대기업과 달리 공시나 국세청의 정기 순환조사 대상에서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불법 탈세가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국세청이 전격적으로 동시 세무조사에 나섰다. 눈에 보이는 탈세 혐의만 살펴보는 방식이 아니라 이들의 재산 형성과 운용, 이전 과정에서의 전반적인 세금 탈루혐의를 검증하고 검찰 고발 등 엄중한 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조사 대상 95명은 누구?

국세청은 중견기업 사주일가, 부동산 재벌, 고소득 대재산가 등 불공정 탈세 혐의가 큰 95명을 대상으로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7일 밝혔다.

국세청은 불공정 탈세 혐의자의 재산ㆍ소득 자료, 외환거래 정보 등 기존에 활용하던 탈세정보뿐 아니라 해외출입국 현황, 고급 별장ㆍ고가미술품 등 사치성 자산 취득내역 등을 종합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사주 일가와 탈세에 동원된 개인간, 특수관계 기업간, 사주와 기업간 거래내역 전반을 살피는 방식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했다.

대상은 자산 100억원 이상 자산가 중 중견기업 사주일가 37명, 임대업자ㆍ시행사업자 등 부동산 재벌 10명, 자영업자ㆍ전문직 등 고소득 대재산가 48명이다. 이들은 1인당 평균 1,330억원, 총 12조6,000억원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5,000억원대 자산가도 7명이나 됐다. 제조업(31명), 건설업(25명) 종사자가 가장 많았으며 의사도 3명 포함됐다.

국세청 조사 예정인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법인자금 유출 사례. 국세청 제공
국세청 조사 예정인 해외 계열사를 활용한 법인자금 유출 사례. 국세청 제공

◇탈세 수법은

국세청이 주목한 불공정 탈세행위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차명회사나 해외법인을 이용하는 등 변칙적 방법으로 법인 자금을 유출하거나 △부동산ㆍ자본거래 등을 통해 자녀에게 편법으로 재산을 상속ㆍ증여하는 경우 △부당 내부거래, 우회거래 등의 방식으로 세금 부담을 회피하는 방식 등이다.

중견기업 사주가 해외 법인과 수출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위장 계열사(페이퍼 컴퍼니)를 끼워 넣어 통행세 30억원을 챙기거나 실제 일을 하지 않는 가족에게 고액의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손자 명의로 결손법인을 인수한 뒤 해당 법인에 고가 부동산을 헐값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 자금을 미리 확보하기도 했다. 한 중견기업 사주는 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본인 이름으로 특허 등록한 뒤, 이 특허를 회사에 파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재산 현황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이들이 재산을 형성한 뒤 운용, 이전하는 전 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탈세 혐의를 검증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 탈세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물론 고의적ㆍ악의적 탈세인 경우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숨은 대재산가의 탈세는 국민에게 상실감을 주는 생활 적폐”라며 “국내외 정보역량을 총동원해 탈세행위를 적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국세청 조사 예정인 부당 내부거래 활용한 회사 자금 유출 사례. 국세청 제공
국세청 조사 예정인 부당 내부거래 활용한 회사 자금 유출 사례. 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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