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대전에서 연인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머스탱 교통사고’를 낸 10대가 경찰에 구속됐다. 안타까운 이 사고의 배경에는 돈에 눈이 멀어 자신이 임대한 외제차를 면허도 없는 10대에게 재임대한 이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 위반 혐의로 전모(17)군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또 대여업 등록도 하지 않고, 전군에게 차량을 빌려준 혐의(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로 박모(31)씨와 나모(20)씨 등 4명을 입건했다. 나씨는 전군이 무면허인 것을 알면서도 차량을 대여해줘 무면허 방조 혐의를 추가로 받는다.
전군은 지난달 10일 오전 10시 14분쯤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머스탱 승용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29)씨와 박모(28ㆍ여)씨를 들이 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와 조씨는 해외 여행 중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이날 경기도와 경남에서 각각 대전으로 와 첫 데이트를 즐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전군이 운전하다 사고를 낸 머스탱 차량은 불법 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박모(31)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탈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박씨는 사촌 안모(28)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군은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상 자동차대여 사업을 하기 위해선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야 하지만, 박씨와 사촌 안씨, 나씨 등 3명은 이를 지키지 않은 채 불법으로 대여업을 한 것이다. 전군은 경찰에서 “외제차를 그냥 타고 싶어서 빌렸다”고 진술했다.
전군은 알고 보니 연인들을 치기 전인 지난달 4일에도 대전 대덕구에서 난폭 운전으로 적발됐다. 사고 당일에는 친구를 태우고 최고 제한 속도 50㎞인 도로에서 시속 96㎞로 달리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외제차를 타고 싶은 10대의 호기심, 이를 돈벌이로 악용한 어른들의 욕심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박씨가 외제차를 총 5대 캐피털에서 렌트한 것을 확인, 이 차량들을 이용해 불법 자동차 대여업을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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